매달 2, 4주 월요일은 1교시가 시작되기 전 부장회의가 있다. 오늘은 10월 28일로 넷째주 월요일이라 부장회의가 있는 날이다. 부장회의는 금주의 계획에 초점을 맞추어 금주 할 일을 논의한다. 그런데 지난 주는 학교 큰 행사가 많이 있었다. 1학년이 2박3일간 수련활동이 있었고 2학년은 수학여행이, 3학년은 앨범 그룹사진 촬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지난 주 행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논의가 이루어진 회의였다.
학년부장들이 먼저 운을 떼었다. 1학년은 수련활동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아주 좋았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숙식도 좋았고 시설도 좋아서 만족도가 큰 수련활동이었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은 내가 교문에 나가서 학생들을 맞이한다. 오자마자 교문에 나갔을 때 1학년 몇몇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한결같이 좋았다고 했다. 2학년 수학여행은 내가 직접 인솔했으니 그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 첨엔 우려했던 점도 있었지만 질서 있고 잘 따라주어 학생들의 이동이 순조로웠던 체헙학습이었다. 학생들이 많은 걸 느끼고 배우려 했던 문화체험 성격이 강한 테마식 현장체험 학습이었다.
3학년은 1, 2 학년 학생들이 긴 체험학습을 위해 밖으로 나간 사이에 하루를 잡아 중앙체육공원에 가서 앨범 그룹 사진을 찍었다. 또한 지난 주 자사고 및 특목고 입시가 있었는데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는 자사고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상산고등학교에 두 명이 지원해서 두명 다 합격했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작년엔 한 명도 없었는데 가고 싶은 학생이 없어서는 아닐게다.
이어 행정실장이 말문을 연다. 음악실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기초 시설 공사를 거의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작년 부임하고 보니 큰 학교가 음악실 환경이 너무 열악한 걸 느꼈다. 그래서 올핸 교실 반 칸을 더 늘려서 넓게 만들고 새 책상을 넣어 환경을 많이 개선하긴 했어도 음악실 다운 음악실이 없었다. 올해 음악실 현대화 사업에 선정되어 재정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2층 끝 교실 한 칸을 음악실로 만들어 방음문과 이중창을 달고 좋은 오디오 시설과 무대를 설치하여 학생들의 음악실 환경을 크게 바꾸고자 한다. 그러고서 난방기 라디에이터 청소를 했다고 한다. 이 학교가 지어지고 나서 청소를 못해서 라디에이터에서 나오는 바람이 시원하지 않았다. 이번 학생들이 교실을 비운 사이에 말끔하게 청소를 하여 좋은 바람이 나올거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고 그 '좋은 바람'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그래 이거다. 좋은 바람이 불어야 한다. 신선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훈훈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사랑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학생과 학생 사이에 배려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바람 바람 바람이다. 교감선생님이 지난 주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쳐졌고 이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업에 힘쓰자고 주문을 한다. 좋은 바람이 불어오고 훈풍이 우리 어양 학당을 휘감길 바란다.
회의가 끝나고서 전학생을 면담했다. 첫 만남은 아니었다. 교문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지켜보면서 세 학생을 데리고 어양중을 들어서면서 나와 첫 대면을 했다. 데리고 온 분은 아버지가 아니라 작은 아버지였다. 대개 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오는데 삼촌이 데리고 왔고 한 학교로 세 자매가 한꺼번에 전학을 온 건 또 첨본다. 3학년 쌍둥이 여햑생 둘과 1학년 여학생 그래서 세 명이다. 사연인즉 갑작스레 부 모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 친척이 많이 사는 익산으로 거처를 옮겨 오면서 어양중으로 오게 되었다. 세 학생 다 영특해보이고 순해 보이고 귀여운데 마음이 왠지 훵하다. 더 물어보기 어려웠고 안쓰런 마음에 울컥해진다. 제대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꽃도 피기 전인데 세찬 비바람을 맞는 느낌이다.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성장하길 기도한다. 또 다른 남학생도 전학을 왔는데 부모님의 직장이 옮겨지면서 전학을 오게 되었다는데 품행이 바르게 보인다.
얼마 남지 않은 2013년도다.
좋은 바람이 불어라.
긍정의 바람이 불고 희망의 바람이 불어라.
교사와 학생간, 학생과 학생간 사랑의 바람이 불어라.
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 꿈이 영글어 가는 행복한 학교가 되길 기원한다.
201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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