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연잎 위에 은구슬

등경 2020. 6. 18. 08:36














연잎 위에 은구슬

비 내리는 아침이다. 전엔 비 내리면 비를 맞지 않아야 하기에 밖을 나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다. 언제부터인가는 이런 비 오는 날도 상관없다. 생각을 바꾸니 아무렇지도 않다. 아니 차분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더 좋고 호젓해서 좋다.

맨발 걷기도 마찬가지다. 비 오면 어떻게 맨발로 걷냐고 스스로 걸을 수 없다고 느꼈다. 나 스스로를 인습의 틀에 가두다. 비가 오면 땅이 더 부드럽다고 달리 생각하다. 내친 김에 맨발로 운동장 세바퀴를 돌다.

오송지에 다가가니 비는 이 연못에도 내리다. 비는 차별하지 않는다. 이 대지 위에 고루 고루 내려주다. 연잎 위에도 내리다. 비 내리는 소리가 정겹다. 비 오는 날 나오니 이런 아름다운 모습도 본다.

연잎 위에 물방울이 방울 방울 맺히다. 그 물방울은 은구슬이고 옥구슬이다. 수없는 방울들이 쏟아진다. 이 연못에 내리는 비가 연잎 위에 내려 아름다운 하모니로 합창을 한다. 사랑의 노래가 행복의 노래가 평화의 노래되어 이 대지를 울린다.

2020.6.18

다음 날이다. 오늘도 산책길에 오송지 연잎을 보다. 아니 어제보다 더 선명하게 연잎 위에 크고 작은 방울들이 갖가지 모양의 방울들이 맺혀 있다. 어제 비가 오고 다 마르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뮐까. 좌우지간 아름다운 아침이다.

20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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