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3월 2일엔 의례 이런 일들이...

등경 2017. 3. 3. 18:19

3월 2일은 입학식이 있고 시업식이 있는 날이다. 우리 학기는 3월부터 시작하니 3월 1일은 삼일절이라 국경일로 쉬고 2일부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기지개를 켠다. 그래서 교직에 있었던 나로서는 의례 이런 일이 있었다. 교사 시절엔 첫날 담임을 배정받고 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다. 그 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백지설(白紙設) 도 이야기를 했다. 첨 만나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 잘 해보자고도 했다. 어떤 때는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 이야기를 꺼내면서 모든 것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잘해보자고 했다. 어떤 때는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하면서 이런 날은 큰 뜻을 갖고 꿈을 갖자고도 했다.

교장이 되어서는 입학식 준비를 해서 입학식을 치르다.첫단추를 잘꿰어야 한 해가 잘된다는 생각에서 의미있는 입학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입학식도 일곱번을 했다. 그러니까 3월 2일은 만남이 주제가 되고 그 만남을 크게 생각해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교사도 아니고 교장도 아니다. 퇴임사에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이제 자연인으로 가정으로 또 다른 사회로 돌아간다고 했다. 지난 달 말에 꼭 축하를 해주어야 할 데가 있어서 화원을 가다. 오늘 아침 오면 된다고 해서 전주 인근에 있는 화원엘 가니 애당초 생각한 대로 배달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고창은 직접 배달하기로 맘먹고 준비를 하고 오다. 9시 반쯤 고창을 향해 출발하다. 호남고속도로를 진입하여 고창으로 들어가 도착해보니 11시쯤 된다. 여러번 휴대폰을 눌러서 통화를 하다. 바로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교장실로 안내를 하다. 그때마침 학교운영위원장님의 반가운 전화가 있었다.


빨리 인사를 나누고 나오려 하니 생각한 대로 얘기를 나누기 쉽질 않다. 이번에 승진해서 발령받은 분께 내 생각대로 언젠가 나처럼 퇴직할 수도 있으니 준비해야 할 거라는 이야기는 경우에도 너무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나도 이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대화를 못하는가 싶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다. 그래도 좋은 학교라도 애써 덕담을 하려고 했었다. 서둘러 학교를 나오다. 정작 축하해주러 간 신임교감에겐 뭐라 덕담을 할 시간도 없었다. 초임 교감 시절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운 학교 생활로 이어지길 바란다.


선운사로 가는 해안길을 가려고 나서다. 그런데 쉽질 않다. 연구사 시절 이 곳을 가끔 와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네비가 좁은 도로로 안내를 한다. 도중 아내가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돌아가기도 하고 좌충우돌이었다고 핀잔을 준다. 아니다 다를까 오늘 교장실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도 문제를 삼는다. 아내는 점심을 정읍을 가서 먹자고 하는데 심원에 가서 식당을 찾아보기로 맘먹다. 심원에 도착하니 게장, 맛집 음식점 안내판이 보인다. 일단 그곳에 들어가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음식 맛도 좋고 방도 따뜻하다. 저으기 걱정이었는데 나도 아내도 만족스런 점심을 들고 만족스럽다. 점심까지 생각 이하였다면 더 이런저런 잔소리를 들었어야 할텐데 다행이다. 그런데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다. 나보고 앞으론 조심하라고 한다. 학생은 학생대로 보호를 받고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그동안 보호를 받아왔으나 지금부터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맞는 말이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남자는 세 여자의 말을 들으라고 한다. 어려서는 엄마의 말을, 결혼해서는 아내의 말을, 그리고 네비를 말을 잘 들으면 걱정이 없다고 하니....


가을이면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을 것이다. 선운사를 거치기 전 서정주 시문학관을 들르다. 여러번 이곳을 들렀으나 오늘처럼 천천히 관람은 못했다. 들어서기 전 '우리말 시인 가운데 가장 큰 시인'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친일파라 매도하기도 하지만 난 서정주 시인을 좋아한다.


선운사를 들를려고 하다가 가지 않기로 하고 곧 바로 전주로 향하다. 화원에 도착해서 그 때 이야기로 내일 갖다 주겠다고 한 화분을 들고 전주 인근 학교를 방문하다. 축하 꽃을 직접 전해주다. 다른 때 같으면 이렇게 꽃배달을 하고 다닐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퇴직을 하고 보니 이런 시간도 생긴다. 오늘 하루가 저문다. 이제 나도 서서히 마음을 고쳐먹고 퇴임하는 사람처럼 생각도 하고 행동을 하자.



퇴임하고 처음 맞는 날이다. 오늘 어떻게 해야 잘 보낼까도 생각해 봤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나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다.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서서히 계획을 세워서 잘 보내도록 노력하자~~~~


2017. 3. 2 하루 지나서 대충 글을 작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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