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리타이어

등경 2017. 3. 6. 18:43

퇴직 후 처음 맞는 월요일이다. 오늘 일정은 미리 맞추지 않아서 그냥 시간 되는 대로 시간을 보내기로 하다. 그래서인지 아침 예배를 다녀오고 난후 그동안 꾸준히 문서전도를 해왔는데 항상 주일 새벽 예배후 주보를 전하는 일을 해오다.

오늘은 어제 전해야 하는 주보를 어제 몸살기가 있어서 넣질 못하다. 그래도 그렇지 지난 주 3월 되자 마자 구례 화엄사를 갔지, 그 다음날은 고창을 갔다왔지, 그리고 금요일은 나주 동신대를 다녀왔다. 음식도 이것 저것 먹다보니 피곤한 데다 소화까지 안되어서 주일날 좀 심하게 앓다. 이것도 경고 메시지 일지 모른다. 앞으로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경고일 것 같다. 무리하지 말고 편한 시간이 많이 주어졌으니 좀 일도 쉬엄쉬엄 하련다. 오늘 넣는데 월요일에 넣어 본 적이 없다. 이것도 오늘 출근하지 않으니까 오늘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해서일까. 인근아파트에 주보를 넣고 인근 초등학교로 향하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집으로 오다.

아내가 점심때 시내를 나가자고 한다. 교원공제회 볼 일도 있고 해서 겸사 겸사 그 빌딩에 있는 식당에 들르다. 점심은 평소 같으면 학교 식생활관에서 먹는데 이런 곳에서 점심을 드니 내가 어색하다. 이제 이런 것도 편안하고 일상이라고 느껴야 하는 날이 오리라 본다. 항상 시간에 쫓겨 다음 일들을 생각해서 한발짝 먼저 나서야 하지만 조금 늦어도 좋고 조금 게으름을 피어도 좋고 시간 되는 대로 하면 되니까 서두를 일이 없다. 식사를 하면 의례 바로 다음 일을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아내와 같이 따뜻한 보리차를 뽑아서 식당 창가에 앉아 본다.

목련이 곧 피려 한다. 봉우리를 맺었고 봄이라 하지만 차가운 바람에 옆 소나무가 많이 흔들린다. 추운 겨울 모진 바람 이겨내고 곧 화사한 꽃을 피워 봄을 전하리라. 이런 모습도 다른 때 같으면 네 눈에 들어오지 않을텐데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고 저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4층에 올라가 일을 보고 건너편 백화점으로 향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오늘은 휴업일이다. 평소 옷 한벌 제대로 사주지 못한 나다. 며칠 전 백화점에 봐 둔 옷이 있다 해서 백화점에 가려고 한 것이다. 돌아오다 마트 이곳 저곳 다녀 봤지만 살게 없나 보다.

돌아가려고 주차장엘 나와 아내가 차바퀴를 보고 너무 닳았다고 한다. 그래도 지난번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올 봄에 꼭 차 타이어를 바꾸라고 했다. 정말 뒷 바퀴를 만져 보니 너무 닳았다. 생각나는 김에 그동안 다녔던 타이어점에 가서 타이어를 교환하다. 한꺼번에 네짝을 가려니 금액이 만만치않다. 그래 은퇴는 리타어어(retire)라고 한다. 차 바퀴를 바꿔 퇴임 이후의 생활을 대비하자. 올 봄엔 멀리 나주까지 가는 금요일이 있다. 오히려 직장에 있을 때보다 자칫 더 멀리 뛰는 일이 있을 거 같다. 리타이어한 인생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새 신발을 신었으니 힘차게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