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이월 말

등경 2017. 2. 25. 01:51

2017년 2월 23일이다. 그래 D-day다. 작년 오늘을 위해서 두번이나 수안보로 연수를 다녀오다. 혹 퇴임 후 무슨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막연하게 퇴임하는 날이 있을테니 준비해야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서 1학기에 재취업과정을 2학기에 사회공헌과정을 4박5일 연수로 다녀오다. 1학기 다녀온 뒤로 한국어교사자격에 관심이 있어 작년 가을은 무척 바쁜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24학점을 취득하다. 작년에 M 마이너스로 해서 달로 시작해서 몇 달 남았나 생각을 했었는데 얼마전 D-10이더니 그래 D-day가 되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새벽 예배를 다녀오다. 감사의 기도가 나오다. 다른 때와 다르게 오늘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다. 1981. 5. 8일이 있어 무주고등학교에 부임을 해서 오늘 어양중 교장으로 정년을 하기 까지 쉼없이 달려왔는데 그동안 대과없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전에는 덕진 체련코트로 새벽예배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갔었는데 그 열정은 어디로 가고 운동은 해야겠다싶으면 오송초로 가서 운동장 몇바퀴돈다. 운동장을 천천히 돌면서 지난 날을 돌이켜본다.

8시 집을 나서서 학교에 도착하다. 도착자 마자 학교를 한 바퀴 돌다. 학생들은 없지만 학교에 오면 무의식적으로 돌아보는 습관이 있어 교장실을 나서다. 학생 한 둘이 눈에 띄는데 평소와 같게 생각을 하고 학교에 나온 학생들이다. 너무 일찍 나왔나 투덜대면서 다시 집으로 향한다. 10시까지 강당으로 오라 했는데 그걸 잊은 모양이다. 강당엘 가보니 크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홍*창 교장선생님 퇴임식과 이임식이라는 현수막이다. 생각을 못했는데 감사하다. 9시가 넘어 송*현샘에게 이임하시는 선생님 교장실로 오시게 하라는 부탁을 하다. 부탁을 하고 보니 오랜만에 나온 학교에 정리할 것들이 있는데 무리하게 부탁을 했나 싶어 취소를 하려 했더니 한 두분이 오시더니 열분 가까이 된다. 대부분 전주로 옮기신다. 교무실무사로 계신 송샘까지 조금 늦게 고창으로 승진해서 가신 윤샘이 교장실로 오다. 무슨 큰 의미는 없지만 차 한잔 대접하면서 고생하셨다 치하드리고 앞으로의 생활을 축복해 드리다.

10시 소리울터에서 교직원들과 인사가 있다. 3분전 도착해보니 아무도 안오다. 조금 있으니 방송이 나오고 5분여 지나니까 대부분이 오시다. 송교감샘부터 기간제 교사까지 모든 분이 헤어짐의 작별 인사를 하시다. 난 강당에서 퇴임사를 하겠노라 하고 소리울터를 나오다. 10시반 퇴임식과 이임식을 갖다. 강당을 들어시니 학생들이 질서있게 앉아 있다. 선생님들의 이임인사와 저의 퇴임인사를 하고 꽃다발을 받고 크게 손을 올려 학생들을 향해 흔들고 퇴임식을 마치고 교장실로 오니 10시 50분이 되다.

11시 20분이 되니 아들 내외가 퇴임식을 하는 북경 음식점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오다. 조금 있으니 김장로님으로부터 학교로 가냐 식당으로 가느냐면서 전화가 오다. 일단 학교로 오시라고 하다. 조금 있으니 교회 버스가 도착하다. 교회 식구들이 오시다. 부목사님 두 분이 오신 것이 뜻밖이다. 교장실로 들어오셨으나 차 대접은 못하고 시간이 없는 거 같아 같이 교회 버스를 타고 근처에 있는 삭당으로 가다.

12시가 좀 넘어 퇴임식을 갖다. 나는 이임인사를 먼저 하고 그 뒤하자고 했는데 바로 퇴임식으로 들어가다. 요즘 퇴임식을 않는다. 저도 않는다고 했는데 전에도 이런 정도는 다 한 것이라 해서 가족들과 교회 식구들과 학교운영위원을 초대해서 오신 손님 소개로 시작해서 퇴임식을 갖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되다 보니 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의미있는 퇴임연을 준비해서 축하를 해주니 마음이 무겁고 하고 고마울뿐이다. 제 약력 소개가 있었고 영상이 준비되어 나온다. 감획 새롭다. 36년이 무마등처럼 지나간다. 두 음악샘이 나와 축하의 노래를 불러준다. 이어서 아빠의 인생을 개사하여 즐겁고 흥겹게 불러주니 웃음이 나온다. 이어서 3년 학운위 위원장을 하신 조위원장님이 축사를 해주신다.  축사 후  퇴임사로 이어지다. 감정이 실리면 중언부언해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 준비된 글로 퇴임사를 하다. 그런데 중간 가다가 감정에 북받쳐 잠깐 페이스를 잃다. 마무리는 이해인의 이별의 눈믈 시 낭송으로 마무리하다. 이어서 사진 쵤영과 식사로 이어지다. 식사후 2부 순서로 이임인사를 하다. 마치고 나니 2시가 넘다. 가족들과 교회 식구들은 음식점에서 작별을 하고 학교로 돌아와 것저것 뒤처리를 하고 좀 일찍 학교를 나서다.

2월 24일이다. 9시 전에 학교에 도착하다. 10시 조리사분들 부임할 학교 인사를 하러 간다고 약속을 했는데 우선 송샘부터 인사를 해야했기에 인근에 있는 북중을 향하다. 잠깐이면 되겠다 해서 갔는데 좀 시간이 걸린다. 서둘러 학교에 오니 10시 10분이다. 약속시간을 어긴 것도 잘못인데 소샘이 전학을 상담하러 학부모가 오신다고 해서 조리사분들 인사 소개 약속을 못지키고 11시경 학부모 면담을 하다.


12시전 교감샘이 교장실로 오셔서 점심을 같이 2층에서 하자고 해서 2층으로 가다. 맛잇게 비빔밥을 먹다. 평소 늘 함께 학교에서 있었던 교감샘이 이제 가시겠노라 하면서 나오신다. 헤어짐의 시간이다. 엊그제 부임한다고 오셨는데 가신다고 한다. 원하시는 곳으로 전근을 가시게 되어서 마음은 한결 가볍다. 신발장을 들러 다른 때 같으면 샌들은 신발장에 집어 넣는데 이젠 넣질 않고 샌들을 들고 나오신다. 다시 오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같이 걸어오면서 고생하셨다 하고 학교 입구에서 손을 크게 흔들어 배웅을 하다. 그래 만나게 되면 이렇게 헤어질 때도 있는 법이구나.


오후 2시경 약속된 시간이 되니 신임 교장샘이 오셨다. 교장실에서 한시간여 이야기를 하고 3시40분경 양샘을 불러 학교를 순회하다. 그동안 5년 묵은 이야기를 꺼내다. 이곳 저곳 이런 이야기가 쏟아진다. 오래 있다 보니 유래부터 나온다. 교장실로 돌아오니 4시 40분이다. 저녁 이야기를 해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추어탕 대접을 받다. 새로 오신 교장샘에게 바턴을 넘기면서 이 어양공동체를 행복하고 즐겁게 이끌어주길 간절히 바라다. 학교로 와서 남은 짐을 싸들고 6시가 넘어 퇴근을 하다. 부임하면서 가지고 온 명패까지 챙겨 나서다. 집에 와서 명패를 장식장에 넣으면서 아내가 왜 명패가 분리되었다고 한다. 명패가 분리되어 있다. 아무 이상이 없던 명패다. 본드로 붙여놓은 부분이 약해져서 떨어지다. 큰일날뻔했다. 오다가 떨어뜨렸으면 크리스탈이 바싹 깨졌을텐데 들고 오다 땅에 떨어지지 않느라고 다행이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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