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2. 23)
안녕하세요?
교장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정든 교직을 마무리하고 떠나게 되어, 오늘 이 시간이 교장으로서 여러분을 만나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앞서 이임인사를 하신 분이 몇 분 계시네요.
그분들은 어양중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 또 다른 학생들을 만나 가르치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마지막이고 이제 저는 자연인으로, 가정으로, 다른 사회로 돌아가게 됩니다.
시작과 끝은 중요합니다.
마지막을 어양중에서 마무리하게 된 것은 큰 영광입니다.
2012년 3월 1일 부임해서 만 5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을 만나서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본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담하게 자리잡은 교사, 넓은 운동장, 그리고 큰 강당과 쾌적한 식생활관 등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학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어양중에서 지낸 시간들이 모두가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부임하면서 평범한 교육 철학으로 좋은 학교 만들기에 노력했습니다.
학생들은 꿈을 키우며 즐겁게 공부하고,
교사들은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여 신뢰를 받는 학교가 되어 어양중을 바른 인성과 알찬 실력으로 꿈이 영그는 학교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학교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주인이 되어서 어양중이 명실상부한 좋은 학교가 되도록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떠나가는 입장에서 여러분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지겹지요.
부모님들로부터‘공부해서 남주니? 저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겁니다.
들을 때마다 듣기 싫고 신경질까지 나기도 하겠지요.
공부해서 남주는 것입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사회를 유익하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태국 선교사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4년 태국 푸켓에 큰 지진해일이 있었고, 푸켓은 관광지여서 태국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죽었습니다. 사고 발생 1년 후 한 영국인 소녀가 가족, 친지들과 함께 그곳에 와서 감사예배를 드리고 갔다고 합니다.
이유인 즉, 해일은 바닷물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가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오는 현상으로 이 영국인 소녀는 수업시간에 공부하며 조사한 해일 현상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주변에 피하라고 외쳐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피신하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렇습니다. 공부해서 남주는 것입니다.
공부해서 남 주는 것이니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해서 하늘 고일 기둥이 되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큰 인재들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세월을 아껴야 합니다.
제가 교사 시절이나 지금도 가장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화유중개일(花有重開日)이나 인무갱소년(人無更少年)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 말은 꽃은 떨어졌다가 계절이 바뀌면 다시 피지만, 사람은 한번 늙으면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공부하는 저를 찾아 오셨습니다. 하얀 백지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써주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유래도 있고 중학교 한문 교과서에도 실린 글입니다. 그 때 열심히 해서 아버지의 뜻을 받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교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떠나는 지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학창 시절은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젊음의 소중한 나날들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젊은 시절 세월을 아끼면서 책읽기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옛 어른들은 ‘讀書起家之本(독서기가지본)’ 즉 글을 읽는 것이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집안에서 나는 듣기 좋은 소리 중 하나가 자식들의 책 읽는 소리라고 합니다. 글을 열심히 읽어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름길에 도달하기 바랍니다.
책 속에 길이 있습니다. 책 속에 부도 있습니다. 책 속에 여러분의 앞 길도 있습니다.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어양학생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어양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가고
멋지게 사회에 진출하길 바랍니다.
어양중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믿음직하고 자랑스럽게 성장해서 이 나라와 세계 인류에 보탬이 되는 큰 인물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저 자신만을 위해 그동안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남도 돌아보고 이웃도 살피고 사회에 공헌할 일이 무엇인지 찾고자 합니다. 저도 저의 길을 찾아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어양중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어양중학교를 사랑합니다.
어양중학교가 영원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2. 23 홍순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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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강당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교장실로 돌아와 학생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한 퇴임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