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다. 밖에서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기 위해 학생들이 쏟아져 나올텐데 오늘은 운동장에 학생들은 없다. 날씨가 추워진다. 비가 오더니 비가 내린다면 눈이 올 것 같다. 그래도 공을 차고 싶은 학생들이 조회대에서 서성거린다.
교장실 노크를 하고 학생이 들어온다. 노란 봉투를 들고 온다. 학생들이 들어오면 요구할 것이 있어 온다. 그런데 3학년 7반이라 하면서 드실 것을 가지고 왔다 한다. 아마 반에서 교실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도록 해서 나에게 온 학생은 교장샘 담당이었는지 묻진 못했다. 온 학생은 나와 성씨가 같다. 홍성*이다.
봉투를 열어보니 편지도 들었다. 음료수와 과자와 귤 한개도 들었다.
편지 내용이다.
교장선생님께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졸업을 앞두고 교장 선생님께 편지를 쓰네요.
지난 3년동안 아침마다 교문 앞에 나오셔서 저희를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교 시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수업시간에도 저희에게 관심을 주시고, 신경을 써주시고, 저희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졸업을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저희가 고등학교 들어가서도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잘 새겨 학교 생활 잘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3-7 일동
있는 그대로 받아보자. 고맙다. 생각지도 않는 선물을 받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학교에 들어와서 나와 3년을 같이 한 학생들이다. 설령 이게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요즘 감사할 줄 모르는 학생들과 비교하면 값진 선물이다.
이제 이 학생들과 궤를 같이하여 나도 내달 2월이면 정든 이 학교를 떠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가는 세월이 아쉽다. 언제부터인지 창을 통해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우리 사랑스런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세월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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