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의 한시
1) 智異山
春來花滿地 봄이 오니 꽃이 땅에 가득하다
秋去葉飛天 가을이 가니 낙엽이 하늘에 날리는구나
至道離文字 지극한 도리는 문자를 떠나서
元來在目箭 원래부터 눈 앞에 있다
2) 추야우중(秋夜雨中)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밖엔 밤 깊도록 비만 내리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知音(지음) : 자신을 알아주는 이. 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
(※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주는 친구 종자기(鐘子期)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
*三更(삼경) :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중에 세 번째 시간. 밤 11시∼ 새벽 1시. 병야(丙夜)라고도 하며 자시(子時)에 해당한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 서정적 자아의 고뇌를 심화시키면서 동시에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차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 세상을 등졌으나 세상의 일에 초연할 수 없는 자아의 번민이 나타나 있다.
구성
▶기 :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으로 시를 읊음시적동기
▶승 : 타국 땅에서 느끼는 객수
▶전 : 고독한 심회의 심화
▶결 : 머나먼 고향을 그리는 고독과 향수
이해와 감상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이며, 외로운 영혼의 귀의처이다. 12살 소년의 몸으로 정든 고향을 떠났던 최치원은 수만리 타국에서 늘 고향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홀로 등잔불을 맞이하고 있는 가을밤에 느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이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절실하게 표현되어 있는 시이다.
추야우중(秋夜雨中)은 5언 절구(五言絶句)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의 비바람 속에서 서정적 자아는 괴롭게 시를 읊는다. 시를 짓는 일도 괴롭지만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정적 자아는 밤늦도록 잠 못 들고, 등잔을 마주했으나 마음은 만 리 길을 떠돈다. 이 작품은 가을바람 / 세상, 삼경(三更) / 만리(萬里)의 대구로 짜임새를 잘 갖추었다. 다른 해석으로는,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뒤에 지었다고 했을 때 정치 개혁을 위한 노력이 좌절되자, 유랑하다가 해인사에 은거할 때 지은 5언 절구의 한시로, 세상에 뜻을 펴지 못한 지식인의 고뇌가 잘 나타나 있다.
<블로거킴에서 복사>
3)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첩첩한 돌 사이에 미친 듯이 내뿜어 겹겹 봉우리에 울리니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사람 소리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항상 시비 소리 귀에 이를까 두려워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 산을 둘러싸게 했네
<감상>
이 시는 최치원이 말년에 가야산에 은거 이후 독서당에서 지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세상의 온갖 시비(是非)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우의적(寓意的)으로 읊은 시이다.
기구(起句)와 승구(承句)에서는 자신이 거처하는 가야산 독서당 주변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물의 기세를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을 동원하여 표현함으로써, 이어지는 전구(轉句)와 결구(結句)에서 시비(是非) 소리를 막아 내고자 하는 의지를 그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 시는 지금 해인사(海印寺) 입구에 독서당(讀書堂)의 유적과 함께 길 옆 오른편 암벽에 초서(草書)로 음각(陰刻)되어 남아 있다.
<주석>
[伽倻山(가야산)] 경상북도 성주군과 경상남도 합천군 사이에 있는 산. [噴] 뿜다 분, [疊] 포개다 첩, [吼] 울다 후, [重] 겹 중, [巒] 산 만, [咫] 짧은 거리의 비유 지, [故] 일부러 고, [敎]=사(使). [盡] 다 진, [籠] 감싸다 롱
[네이버 지식백과] 「제가야산독서당」 최치원1) [題伽倻山讀書堂 崔致遠] (고려시대 한시읽기, 2009. 10. 15., 원주용)
2023. 12. 8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시를 배우다. 그동안 중국 한시를 배우다가 최근에는 한국 한시를 배운다. 정말 우리의 한시도 주옥같은 시다. 여기 저기서 복사하여 올리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의 훌륭한 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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