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건지산 단풍

등경 2023. 11. 24. 09:55

건지산 단풍
 
새벽 기도회에 갔다가 집을 나선다. 어제 기상예보에서 오늘 날씨가 영하를 오르내린다는 예보를 접하다. 다른 날보다 좀 춥다. 집을 나서서 인근 중학교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가는데 좀 늦게 나서서 들리지 않고 곧장 건지산으로 향하다.
 
바람이 좀 부는데 H아파트 앞 도로에 있는 단풍나무 한 그루가 곱게 물든 단풍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길가 가로등에 빛이 반사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올핸 단풍 다운 단풍 구경을 못하다. 사람들은 올해 이상 기후 탓으로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고 잎들이 말라 제대로 물들기 전에 떨어진다고 얘기들을 한다. 건지산 단풍도 해마다 이맘때면 곱게 물들어 지나가는 이들을 붙드는데 올핸 단풍 구경한다고 멈추어 본 적이 없다.
 
아침 산행은 늘 정해진 코스다. 오송제를 지나서 과수원 언덕길을 오른다. 매일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도 만난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조심하라고 하면 오히려 이런 날씨가 더 맨발걷기 상큼함을 느낀다 하니 사람이 중독성이 생기면 하지 않으면 찝찝함을 느끼니 적당히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안다.
 
고개를 넘어 서편 정상에 이르다. 오늘은 단풍 나무들이 며칠 사이 많이 달라지다. 건지산 단풍길은 최명희 묘소로 가는 길이 단풍이 곱기도 하지만 난 서편 정상에서 장덕사 뒷편에 단풍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서편 정상을 넘어서니 단풍들이 많이 붉게 물들었다. 내가 단풍이 안들었다고 내 푸념을 들었던지 어제보다 훨씬 아름답게 물들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스마트폰으로 아름다운 단풍 모습을 담아보다.
 
내려오는 길에도 단풍이 잘 들다. 좀 덜든 단풍도 있는데 그 노란 칙칙한 단풍도 나름 자태를 뽐낸다. 거의 다 내려와서 메타세쿼야 나무도 만나다. 칙칙한 색이지만 단풍이 들어 고고함을 선보인다.
 
산행을 마친 끝 부분에  은행나무 몇 그루 서 있다. 은행잎은 일찍 노랗게 변해 떨어진지 오래다. 떨어진 잎들이 지나가는 사람 노란 카펫이 되어 누워 있는 모습이 좀 애처롭다.  하지만 마지막 단풍으로서의 생명을 다하고 있다.
 
오늘 길은 J고등학교가 있다. 아직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이다.  건물 옆 도로에 떨어진 낙엽들을 청소용 송풍기로 모으고 있는데 송풍기 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운동장에 떨어진  낙엽들은 비로 쓸어 모으고 있다.
 
올해 가을 단풍 제대로 못봤다고 아쉬워했지만 오늘 구경한 것으로 만족한다. 곧 겨울이 온다. 내년 더 아름다운 단풍길을 연상하면서 집을 나서서 돌아오면서 만난 단풍 나무의 화려한 붉은 색들을 떠올려본다.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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