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아내와 허리

등경 2023. 10. 30. 19:11

아내와 허리

 

2023. 10. 24()

월요일 대전을 다녀오다. 셋째가 열이 난다 하여 캐어 차원에서 오전 7시 출발해서 오후 6시 돌아오다. 아내가 성현이를 잠깐 잠깐 안기도 하다.

오늘은 평소처럼 일어나는 듯 하다. 나는 하던 대로 교회 새벽 예배에 갔다 돌아와 건지산을 가기 전 아내의 상태를 살피고 가볍게 주물러 준다. 평소 발과 어께 마사지를 해준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허리 주위를 좀 손으로 눌러주다.

오숭중에서 맨발 걷기를 좀 하고 건지산을 돌아 교회 들러 집에 오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벌어지다. 아내가 움직이질 못한다. 침대에서 내려오기도 힘들어 한다. 허리를 전혀 펼 줄 모른다. 처음에는 엄살도 섞였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전혀 엄살이 아니라 허리가 끊어질듯 아픈 모양이다. 별 생각을 다하다. 119를 부를까 물어보기도 하다. 그런데 대답도 않는다. 나는 혼자 아침을 챙겨 먹다. 병원 문을 열 시간이 되니 아내가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서다. 한 발 뗄 지도 못한다. 아내가 병원을 나서서 나는 대충 이 근처로 생각하다. 아내는 그동안 무리를 하고 어제 내가 운전을 좀 험하게 하고 오늘 허리를 주물러 줘서 허리가 아프다고 하며 내 핑계를 대기도 한다. 나는 살짝 화가 난다. 허리를 주물러 줘서 그런다고 하니 나는 선의로 한 것인데 그게 영향이 있다 생각하니 좀 야속하기도 하다.

아내가 나서길래 따라 나서다.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고 주공아파트로 들어가서 한발 한발 떼는데 마치 공룡이 걷는 것처럼 로봇처럼 간다. 지팡이가 필요할 거 같아 큰 철제 봉을 들고 가다. 그런데 아내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S정형외과라 생각하여 그 병원도 들르다. 오질 않았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생각나는 게 있다. 맑은샘 한의원이다. 아내가 그 병원으로 갔으리라 추측하고 나는 집에 돌아와 세탁기를 돌리다. 어찌 할 줄을 모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시도를 하다. 물이 나오질 않는다.

세탁을 포기하고 나는 볼 일을 보다. 먼저 동사무소를 가다. 출입국사실증명을 떼고 교회로 가다. 교회 직원이 없다. 바로 안과에 들러 약을 타오다. 집에 오다. 세탁기를 만지다. 어찌 누르니 물이 쏟아진다. 절로 돌아간다.

조금 있으니 오목사에게서 전화가 오다. 사무실에 있다 한다. 오목사 도움으로 지난번 어학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서류를 팩스로 보내다. 바로 동네 병원에 들러 독감 예방접종을 하다. 집에 오니 아내가 와있고 누워있다.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다.

나는 빨래를 건조대에 널고 점심을 먹다. 아내에게 조금 음식을 챙겨 먹으라고 권하다. 저녁도 챙겨주었으나 조금 먹고 못 먹는다. 아내는 여전히 움직이질 못한다. 움직일 때 마다 'd소리를 지른다. 힘들어 한다. 요근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2023. 10, 25()

아내는 여전히 못 일어나다. 침대에서 내려오려면 한참을 움직인다. 땀을 흘리고 화장실도 간다. 혼자 못간다. 의자를 짚고 간다. 오늘은 119를 불러 허리를 체크해야 할 거 같아 어디 병원을 가느냐 고민하다. 그러다 어제 간 한의원으로 간다고 한다. 한의원을 들러선지 어제 보다는 손톱만큼 달라지다. 나는 교회 갔다가 집에 오다. 아침 밥을 하다. 나도 먹고 아내에게 조금 차려주다. 8시 반쯤 웃을 챙겨입고 집을 나서다. 한의원에 가다. 나도 동행하다. 어제 보다는 나에 대한 태도가 좀다르다. 어제는 나를 벌레보듯하다가 오늘은 다르게 대한다.

나는 방송대 숙제인 독후감을 작성하기 위해 플라톤의 향연책을들고 아내를 따라가다. 아내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는 독서 삼매경에 빠지다. 약 두 시간 치료를 받다. 치료후 근처 마트에 들러 샤인머스캣 한 상자를 사서 병원에 고마움을 전하고 집으로 오다.

아내가 오후 한옥마을에 가도 좋다는 허락의 표시를 하여 집을 나서다. 누워있기만 하니 갔다 오란다. 나는 속으로 좋아하다. 계속 강의를 빠지다. 한옥마을에서 두 시간째 들어오는 강박사를 만나다.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바래다 주고 오는 길이란다.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

집에 와서 저녁을 일찍 먹기로 하고 비비다. 아내가 너무 일찍 먹는다고 뭐라 한다. 비벼서 아내를 주고 나는 식사후 교회로 가다. 요즘 교회 방송도 비상이 걸리다. 한나 사모가 아파서 시월 이후 전혀 나오지 못한다. 방송후 집에 오다. 아내는 여전히 누워있다. 활동도 제대로 못한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좀 낫다고 한다.

 

2023. 10. 26()

오늘 나는 평소대로 하다. 교회갔다 와서 쌀을 불려 놓고 나서다. 오송중학교에 가서 맨발 걷기를 하다. 마음이 급하다. 오늘따라 쓰레기 많다. 그래도 다 주워서 놓다. 건지산을 급하게 돌아 7시 반 교회에 들러 나오다. 나오다가 장간사를 만나다. 오늘은 무주 강의를 간다 한다. 무주, 부남, 안성을 거쳐 온다고 한다. 약간의 무주를 소개해주다.

집에 오니 밥 냄새가 난다. 나는 모른 체하고 바로 씻고 밥을 하겠다고 하니 밥을 해놓았다. 얼른 씻고 밥을 챙기다. 오늘 아내와 식탁에서 밥을 먹다. 오늘은 좀 많이 먹는다. 설거지를 하고 병원을 따라 나서다. 아내는 먼저 가다. 나는 내 할 일을 좀하고 집을 나서다. 집을 나서면 천천히 걷는 아내를 발견하나 아내가 보이질 않는다. 속으로 기쁜 마음이 들다. 왜냐하면 걸음걸이가 좀 빨라지리라 생각이 들어서다. 아닌게 아니라 병원까지 가는 동안 아내는 보이질 않는다. 벌써 도착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나는 어제처럼 책을 들고 가 독서삼매경에 빠지다. 치료후 농협현금인출기에 가서 현금을 찾아 나오다. 나오다가 교회 권사님을 뵙다. 반가워한다. 그런데 내 얘기를 한다. 나보고 기도에 감동하고 최고 잘 한다.’고 한다. 나도 놀라다. 나이든 분이 나를 평가한 것은 보기 드물다. 나는 먼저 집에 오다.

오늘 모임에 가기 위해서다. 사대부고 모임이다. 나는 미리 연락하다. 바로 식당으로 간다고 하다. 12시 전 식당에 가다. 고교장님이 오다. 바로 후 김교장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오시다. 여섯 사람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재미있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서 세상 사는 이야기도 듣고 정보도 얻고 해야 한다. 나는 요즘 만나는 관계에서 뺄셈을 하고 있다.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2시 넘어 헤어지다. 집으로 오다.

저녁은 아내가 비빔밥을 하니 지시대로 하라 한다. 그러면서 아내가 다 하다. 살림을 배우라고 한다. 보고 또 보고 하라 한다. 이젠 나도 살림을 내 일 처럼 하기로 마음 먹다.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아내가 만들어준 비빕밥을 맛있게 먹다.

 

2023. 10. 27()

새벽 예배후 운동하러 나서다. 여느 때처럼 오송중에서 맨발 걷기 30분을 하고 부지런히 건지산 서편 정상을 거쳐 집에 오니 740분이다. 다른 때와 달리 아침을 차려야 한다. 오자마자 어제 아내가 빨래를 건조대에 오래 두면 탈색이 된다고 어제 걷으라고 한 얘기가 떠오르다. 얼른 빨래를 개고 샤워를 하다

그리고서 아침을 차리다. 어제 솔이 있어 아내가 겉절이를 것을 보고 오늘 아침도 그 채소를 이용하면 될 것 같아 어제 아내가 한 방식 그대로 조미료에다 솔을 넣어 버무려 내놓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국을 데우고 해서 아내에게 아침 식사를 하라고 하다.

솔무침은 그런대로 잘 됐다고 한다. 손수 내가 손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어보기는 처음이다. 아침을 먹고 아내는 한의원으로 가다. 오늘은 좀 늦게 나서다. 나도 아내를 보내고 나서 30분 후 한의원을 가다. 치료후엔 근처 마트에서 사과 등을 사다. 나는 아내보다 먼저 집에 와서 고구마와 계란을 찌다. 뒤따라온 아내가 만두를 냉장고에서 꺼내 만두를 굽다. 만두는 많이 탔다. 다른 때 같으면 무얼 만지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해야겠다.

하나님께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집안 일을 배우게 하시니 감사하다. 반찬을 만들고 식사 준비를 할 줄 알게 하도록 인도하시니 감사하다. 이제 시작이니 중간에 중단하지 말고 기회 닿은 대로 살림을 배우기로 하다. 반찬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청도도 하는 준 가정주부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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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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