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학이시습당

훈몽재

등경 2023. 11. 18. 21:35

훈몽재
 
훈몽재는 내가 고전번역교육원 연수과정을 다니면서 많이 듣던 순창 유명 한문 배움터로 알고 있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학우들 중 몇 명이 훈몽재에 가서 맹자 경전을 읽고 온 적이 있다.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 중 한 분은 가끔 훈몽재 이야기를 하여 익히 알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 성격이 전혀 다른 내가 시무하고 있는 교회 장로들이 야외 나들이를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와 훈몽재 이 곳을 행선지 삼아 다녀 오다.
 
오기 전에는 왜 이 곳이 선택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우리 교회 장로 한 분이 임실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붕어섬과 가까운 훈몽재를 야유회 장소로 결정한 것 같다.
 
붕어섬 출렁다리는 눈이 내려서 추운 날씨인데도 방문객이 많다. 몇 번 와 본 곳이라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산책로를 멀리 돌다 보니 꽤 매력있는 곳임을 알다.
 
근처 큰 매운탕 집에서 점심을 하고 찾아 간 곳이 바로 순창 훈몽재다. 가기 전까지는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내심 이 곳이 어떤 곳인지 마음 속으로 그려 보았다. 가 보니 큰 길가에 조금 들어가니 덩그런 건물들이 들어 서 있는 훈몽재다.
 
우리가 이 곳을 목적 삼아 온 것은 아니다. 훈몽재 옆에 있는 선비의 길이다. ‘훈몽재 선비의 길’은 훈몽재에서부터 시작된다. 훈몽재는 백방산을 등지고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는 추령천이라 불리는 하천이 유유히 흘러간다. 입구에 들어서자 삼연정(三然亭) 현판이 붙은 팔각정자가 맞이한다. 삼연정은 하서 김인후가 산(山), 수(水), 인(人) 등 세 자연을 노래한 ‘자연가’(自然歌)에서 명칭을 따왔다.
 
순창군 복흥면과 쌍치면 일대에는 하서 김인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 하서 김인후 선생 관련 이야기는 잘 알지도 못하지만 제대로 읽어보질 못했다.
 
천을 따라 걷는 길인데 눈이 수북히 쌓여 한발작 내디디면 뽀드득 소리가 난다. 걷는 사람 모두 뽀드득 소리에 감탄을 한다. 11월 눈을 많이 본다는 것도 어려운데 이런 눈길을 한없이 걸어보는 것도 생경스런 경험이기도 하다. 누구는 ‘설날 어른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기분이 든다.’ ‘뽀드득 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고 한다. 한참을 걸으니 사과정이 나온다. 이 곳도 하서 김인후와 관련된 사적이다. 다시 신나게 걸어 나와 훈몽재에 지어진 여러 채의 건물들을 둘러보다.
 
훈몽재(訓蒙齋), 양정관(養正館), 자연당(自然堂) 등 커다란 한옥 세 채가 추령천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다. 2009년 순창군에서 복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묘하다. 내가 한문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곳인데 오늘 이렇게 야유회라 이름하여 찾아올 줄 상상도 못하다.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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