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읽어(73)
초인종을 누르고
손자들이 노는 집안에 들어서니
방안 가득 조립 차가 널려 있다
둘째에게 이게 뭐냐 했더니
트롤 사카이더 또 뭐라 하는데
대답은 시늉으로 하고 놀이에 집중한다
일부러 첫째를 불러
책꽂이에서 책 한권을 꺼내
이거 읽어봐 했더니 아무 소리 읺고
'아기 늪이 살아 났어요'
또 한권을 꺼내 읽으라 하니
할아버지가 읽어 하고 손사래를 친다
다시 아무거나 뽑아 꺼내 읽으라 하니
'복을 타러 간 총각'
'방아깨비 아줌마의 떡 만들기'
'마루랑 봉달이랑 쫑쫑'
물어 보면 틀리지 않고 읽는다
옆에서 여전히 장난감 차를 만지며 노는 둘째가
지난 토요일에 동물원 갔다 자랑한다
동물원에 기린이 없다고 할머니에게 쫑알댄다
느닷없이 할아버지 부르며
'사자는 아프리카 살아'
그래 맞아
셋째는 난쟁이 의자를 딛고
서가에 꽂힌 책을 만지려 한다
내려오다 발이 걸려 못내려 오고 낑낑댄다
내려 오자 탁자 밑 구석 깊숙히 숨더니
나하고 숨바꼭질 한다
얼굴 내밀어 씽긋 웃어
까꿍 까꿍 다시 얼굴 사알짝 까꿍 까꿍
202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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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손자 셋이 다 코로나가 걸려 집에 못들어오고 밖에서 인사만 하고 바로 가다. 첫째는 일곱살, 둘째는 다섯 살로 같은 유치원을 다닌다. 섯째는 지난 이월 돌이 지났는데 이제 다른걸 잡고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