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건지산 단풍

등경 2020. 11. 11. 21:19























건지산 단풍

매일 아침 건지산을 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오르다 보니 계절마다 건지산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제는 알만히다. 아침 운동을 테니스를 그만두고 매일 건지산을 오른 것은 삼년째 했으니 계절마다 변화를 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봄이 되면 옷을 벗은 나무들이 겨울 내 지니고 있던 잎의 움을 띠우기 시작하여 연두색 물감을 들이기 시작한다. 언덕배기 과수원에는 분홍 복숭아꽃이 하얀 배꽃이 피어 눈을 부시게 한다.

얼어붙은 오송지는 물이 녹기 시작하고 왜가리가 놀러와 낮은 비행을 하고 까치 참새 박새 여치 꿩 들의 새소리에 온 산이 시끌벅적해진다.

여름이 깊어지면 산은 연두색에서 파란 물감을 뿌린듯 짙은 청록색으로 변한다. 더욱 새들은 무리지어 날고 청솔모 등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올 여름은 비가 많이 내려 오송지는 그득 물을 담아 나무 산책로와 수면이 비슷한 날도 많았다. 유월부터 피기 시작한 연꽃은 칠월 활짝 피어 오고 가는 사람들이 고운 연꽃 모습을 담기도 한다.

가을로 들어서면 밤과 도토리가 익어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밤 줍기에 나선다. 청솔모나 다람쥐 산 짐승의 양식인데 욕심 많은 인간들이 무리지어 줍는다. 작년엔 줍지 말라는 작은 포스터도 나붙었는데 올핸 없었다.

오늘 문득 단풍색이 짙어짐을 느끼다. 어제 본 단풍이 오늘 보니 더 색이 진해진 거 같다. 작년에도 이 단풍을 가지고 블로그에 똑같은 모습을 올렸는데 올해도 이 모습에 반하다.

올핸 올해대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낀다. 서편정상 주위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건지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담다.

산을 내려와서야 끼고 있던 장갑 한짝이 없다. 다시 올라가서 찾아 오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많이 돌아 다녀 찾기엔 시간이 걸릴거 같아 쿨하게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다.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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