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조락의 계절

등경 2020. 11. 3. 10:01













조락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어디를 가든 산과 나무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어 감탄을 자아내다. 봄에 꽃 필 때 잠깐 멈추어서 꽃 구경을 했듯이 이젠 단풍 구경에 우리들을 멈추게 한다.

그것도 잠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단풍들이 이젠 낙엽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 앉는다.

가을 비와 바람이 더욱 그 일을 재촉한다. 어제 저녁 비가 내리다. 바람도 불다. 아침 건지산을 오르다. 차가운 기운이 살갗에 닿는다.

십일월에 들어선지 사흘째다. 엊그제 시월에 느끼지 못한 쌀쌀함도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는 아침이다.

오송지를 지나 동물원 뒤편으로 편백나무 숲을 가로 질러 건지산 단풍갈을 지나 솔빛중 내려오는 길로 건지산 아침 산행을 하다.

오송지를 지나니 못 속의 연들이 우산 같이 큰 잎들이 말라 고사리 손처럼 변하다. 그래도 의연하게 몸은 꿋꿋이 세우고 있다.

오송지에서 대지마을로 가다 보면 플라타나스 나무가 많은데 이젠 옷을 벗을 때가 되었는지 많은 잎들을 떨구다. 건지산 편백숲을 지나 조경단 입구로 내려 오니 이곳에도 플라타나스 나무 아래 붉은 카펫을 깔아 놓다.

많은 낙엽들을 만나다. 수많은 낙엽처럼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스친다.

요근래 다짐하는 것이 있다. 엊그제 아내가 전화하는데 내가 군소리를 하다가 아내와 다툰 일이 있다. 그게 생각난다. 그리고 어제 아내에게 나 스스로 약속하다.

아내 앞에서 TV보면서 보기 싫은 사람이 나와 내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한데 화가 난다고 험한 말을 쏟기도 한적 있는데 앞으로 그점 명심해서 나의 언어 습관을 고쳐 보려 한다.

어제 밤 한시선독 시간 배운 한시도 몇 수 음미하면서 멋진 산행을 하고 돌아오다.

이백도 만나고 소식도 만나고 도연명도 만나다. 하나님이 건강 주시니까 이렇게 즐거운 일들을 하나 싶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다. 봄이면 잎이 피고 꽃이 피어 생동감있는 봄날을 보내고 여름 뜨거운 햇볕과 비를 맞기도 하여 변화무썅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면 멋진 단풍에 오곡백과로 결실을 맺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도 되돌아 보게하니 감사하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 겨울은 겨울대로 죽은 거 같지만 살아 있고 없는 거 같지만 뮌가 생명을 티우는 과정이다.

이렇게 값없이 멋진 가을을 보내는 우리가 행복하다.

202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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