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미용실에서 머리 깎기

등경 2020. 9. 22. 11:41

미용실에서 머리 깎기

 

오전 한옥마을에 가서 서경스터디를 하고 집에 오니 오후 1시다. 팔월 중순부터 다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해서 2차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어서 요즘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전에는 한 주일에 서너 번은 외식을 하기도 했다. 내가 나가자고 하면 아내는 노했다. 오늘은 자연스레 나가게 되어서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갔다가 초밥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오다.

 

나는 4주 만에 머리를 깎는다. 한 달로 치면 지난주 금요일에 머리를 손질해야 한다. 이렇게 며칠이라도 넘기는 일은 흔하지 않다. 머리를 깎는다고 하니 이번엔 아내가 집요하게 미용실을 가자고 끈질기게 설득한다. 안간다고 여러 차례 손사래를 쳤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꼭 반대만 할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머리 등은 단골을 정해놓고 다닌다. 특히 머리는 나의 취향을 알고 가면 자연스레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 마음에 들게 깎아주는 것을 좋아하니 많은 사람들은 다니다가 편한 데 맘에 드는 데를 골라 다니곤 한다. 나도 머리에 관한 한 지독하게 단골을 고집해 왔다.

 

젊은 시절 40대 때 덕진에 살던 시절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이발소가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이발소였는데 그 이발소가 도립국악원으로 이전을 해서 그 곳을 좀 다니다가 그 이발소가 효자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효자동으로 가게된 뒤로 약 20년 가까이를 이발을 하러 효자동으로 다니게 되었다.

 

집에서 멀다 보니 날을 잡아 이발을 하러 가게 된다. 어떤 때는 퇴근을 하면서 일부러 멀리 돌아서 이발소를 들렀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특히 토요일 오전 시간을 잡아 놓고 승용차를 가지고 가서 근처에 주차해 놓고 이발을 하기도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이발을 하기도 한다. 시내버스를 잘못 탔을 때는 엉뚱한 버스를 타다가 번갈아 갈아 타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기도 했다. 이발비에다 교통비를 더해야 하니 비싼 이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다니다가 퇴직을 하다. 퇴직을 하니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를 즐기면서 천천히 가서 이발도 하고 올 수도 있었다. 퇴직을 하고 1년은 다녔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아내는 전부터 왜 그리 멀리 가서 이발을 하느냐고 근처로 옮겨보라고 자주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생각이 들어서 집 근처에 이발소를 갔었는데 생각보다는 훨 나았다. 그렇게 다니기 시작한 지가 약 3년이 된다.

 

그런데 다른 전환점이 생기다. 이번 한번 미용실에서 이발해보자고 너무 요구를 하기에 초밥집에 갔다가 가자고 하니 아내가 선뜻 따라 나선다. 혼자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바로 아파트 앞 미용실이다. 한번 가본 적이 있다.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머리를 깎으러 간 곳이다. 머리를 안깎는다고 울고 불고 해서 나도 같이 달래려 간 곳이다.

 

여자 한 사람이 염색을 하고 젊은 여자가 아아와 같이 왔다가 일을 보가 가다. 미용실 의자는 좀 작고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왕 깎기로 마음먹었으니 미용사가 하자는 대로 내맡기기로 했다. 생각보다는 남자 이발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척척 잘 진행하는 것 같았다. 이발 기계를 대고 대범하게 처리해 간다.

 

아내는 이런 요구를 미용사에 했으나 나는 그냥 두라고 했다. 나는 머리를 좀 짧게 치는 형인데 너무 머리를 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발만 하고 말 줄 알았는데 머리가 제대로 깎였는지를 본다고 머리를 감아준다고 한다. 미용실이 좁아서 머리를 감는 데가 있나 싶었다.

 

이발소는 머리를 앞으로 숙이는 데 뒤로 젖히라 한다. 생소한 체험을 하다. 아니 뒤로 머리를 감나 의아해 했다. 그런데 자연스레 감아준다. 그리고 머리를 다듬어 준다.

 

나는 태어나서 미용실에 와서 머리를 깎기는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은 미용실에서 깎는다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나는 미용실은 금남의 집, 남자가 다니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난생 처음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다니 나도 내가 신기했다.

 

아내는 이발소에서 깎은거 보다 훨 낫다가 연신 추켜세운다. 나는 뭐가 그러냐고 하기도 했지만 못깎는건 아니었다. 한번 질이 났으니 다음에 오기가 훨씬 편하리라 들지만 다음 내가 어디로 머리를 깎으러 갈지 그걸 나도 모르겠다.

 

나는 머리 깎는 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대개 금요일 많이 다니게 되었다. 오늘 월요일 머리를 깎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또 이발소에서 깎았지 미용실에서 깎은 적이 없다. 머리 감는 것은 앞으로만 했지 뒤로 머리를 젖히고 감겨 본적은 없다. 오늘 미용실에서 특별 체험을 한 특별한 날이다.

 

2020. 9. 21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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