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가을 산책

등경 2013. 10. 12. 19:14

토요일이다. 평일에는 시간에 쫓겨 제대로 운동을 못하다가 오늘 같은 날은 좀 여유있게 운동을 하다. 두 게임을 하고 나니 우리 팀 에이스들이 게임을 한다고 한다. 이런 게임은 심판이 있어야 폼이 난다. 내가 자청을 해서 심판을 보다. 빅게임이 이루어지면 승부욕이 강해서 세잎, 아웃에 신경을 쓴다. 심판이 있어야 서로 승복을 한다. 심판을 보노라니 경기 내용이 좋다. 명승부를 펼친다. 결국은 식스 올로 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부가 갈리다. 한편은 웃고 한편은 섭섭해 한다. 나도 오래도록 공을 쳤지만 겨우 게임이나 하니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 잘 못한다. 그래도 테니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말이면 무거운 가방들고 코트로 쫓아간다.
12시경에 교회에서 결혼식이 있다. 오늘은 목사님 자녀가 결혼을 한다. 좀 일찍 나가서 도와 줄 일이 있나 서둘러 나갔고 좀 도와주고 2시경 교사때 아는 선생님도 자녀 결혼이 축하해주러 효자동으로 건너가다. 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있어 반갑다. 돌아오는 길에 이발소에 들르다. 이발을 하려면 송천동에서 효자동까지 온다. 이발소가 집근처에 있었는데 십년전 이전을 했는데 그 후로 이발을 하려면 이곳까지 온다. 다른 데로 바꿈직도 하지만 한번 정해지면 목숨걸고 다닌다. 이게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이런 성격이 다른 데도 적용되어 한가지 정해지면 무슨 룰처럼 변화를 줄려고 하지 않으니. 이 일 저일 보고 집에 오니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다.
갑자기 인근 산을 가고 싶다. 너무도 강하게 스친다. 한번 하려고 하면 해야 한다. 어제 직장에서 오후 워크숍이 있었다. 워크숍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견학에다 옥산면에 있는 청암산 구불길 탐방이 있었다. 난 일이 갑자기 생겨서 제대로 참석을 못하고 마지막 일정에 참여를 하게 되다. 그래도 어제 청암산구불길 탐방 옥산 저수지 입구 억새밭 길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너무도 아름답고 좋았다. 갈대밭은 산에 가야 있는줄 알았는데 이곳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니. 전에 장수에 있는 장안산을 오르다 억새밭을 걸어갔는데 그곳 또한 장관이다. 어제 제대로 못해서인지 가고 싶었다.

아내에게 가자고 손내미니 못간다고 한다. 평소 같이 행동했으면 자연스럽게 동행해주련만 그동안 나혼자 나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산 이기적인 사람엔데 바로 오케이하고 따라 올리 만무하다. 다섯 시 넘어 잠바를 걸치고 집을 나서다. 햇살이 좋다. 오랜만에 건지산을 오르니 좋다. 오르다 갑자기 최명희 문학 공원으로 가고 싶다. 어제 혼불문학상 시상식도 있었는데 그곳에 최명희 문학공원이 있는 줄 아는데 가보질 못했다. 문학공원이라 해야 별 다른 것이 조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 곳을 거쳐 마을 앞길을 통과해서 오송제로 가다. 오송 연못을 돌면서 시를 외우다. 오늘의 시는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다. 이 가을 시를 외우기로 교감선생님과 약속하고 교감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약 20여수를 외우다. 이런 시간을 이용해서 외우면 집중력도 있어 잘 외진다.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으면 또 들여다 보면서 한시간 반 정도를 걸려서 산책을 하고 보니 집에 올 때쯤 되니 거즘 외진 거 같다. 오늘 모처럼 가을 산을 돌고 보니 마음이 좀 후련하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만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여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201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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