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테니스 월례회

등경 2013. 9. 14. 10:17

9월은 홀수달이라 둘째주 토요일에 테니스 월례회를 한다. 자고 일어나니 5시 50분이다. 6시 반이 월례회 시작 시간이어서 대충 챙겨 코트장으로 가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게임은 어렵다 생각하고 갔는데 덕진체련공원에 도착하니 나이터의 불이 훤하다. 더 일찍 나와서 사람들이 공을 치고 있다. 우리 코트로 가니 벌써 두 코트에서 오픈 게임을 하고 있다.

6시 반 시작 시간이 되어서는 비가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은 경기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민선생이 다른 코트에서 랠리하자고 해서 몇 번 스트로크 연습을 했는데 그렇게 치지 않았으면 그냥 코트에 나왔다가 돌아갈 뻔했다.

경기가 없으니 준비한 선물 처리가 문제였다. 총무가 회원 대다수가 나왔고 준비한 상품을 다시 되가져간다는 것은 무리일 것 같으니 제비뽑기로 처리하자고 제안한다. 대부분의 회원이 다 옳소하고 동의를 하였다. 게임때마다 큰 상품은 아니고 비교적 작은 상품을 준비해서 시상을 해왔다. 이번 상품은 식용유 대, 중, 소, 테니스공이 상품의 종류였다. 경기이사가 종이에다 상품명을 써서 돌아가면서 뽑으니 뽑을 때마다 식용유 대를 뽑으면 월척을 낚은거 처럼 좋아한다. 테니스공을 뽑으면 좀 서운한 표정을 지으니 남들이 테니스공을 속으로 원하니 테니스공을 뽑을 때도 서로 웃곤 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식용유 대이길 소망하고 집었으나 아뿔사 공이다. 나도 그냥 웃고 말았다. 식용유 大라해서 거창하게 큰 것은 아니었다. 상품이 다 그게그거다.

식사는 샌트럴파크 근처에 있는 콩나물집이다. 항상 가는 집이라 가자마자 메뉴 선택은 자동적으로 나온다. 식사를 하고 나와서 또 들르는 곳이 있다. 옆 빵집 야외 쉼터다. 비가 내리니 의자도 젖어 있었으나 그냥 앉자고 한다. 다른 때 같으면 오지도 않는 곳인데 워낙 익숙하게 다들 다녀서 그런지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이야기 꽃을 피우다. 식당에서 한분이 고등학교 때 럭비를 시작해서 싸움을 하고 돌아다닌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자리가 이어저서 학창 시절 싸움이야기가 주제였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옆사람을 부추겨 이야기를 시킨다. 들을 때마다 배꼽을 쥐고 웃었다.

너무 많은 비가 내렸다. 비를 많이 맞은 사람이 더 이상은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나기 시작해서야 자리를 떴다. 갑자기 비가 더 쏟아졌다. 솔내고 코너를 돌 때는 앞 차가 갑자기 서서 뒷차와 작은 접촉 사고를 내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비켜서 오는데 작은 용달차 덮개가 바람에 날려 펄럭이니 험악한 날씨임을 보여주는 증거물처럼 느껴졌다.

공을 치러 갔다가 공치고 왔고 공대신 마음껏 웃고 떠들고 보낸 토요일 아침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오전 아홉시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테니스로 모인 모임이다. 대부분 모임은 공칠 때만 모여서 지내다 보니 서로의 깊은 내면은 들여다보기 힘들어 피상적인 모임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이 있어 서로의 깊이를 알아가기도 한다. 우리 테니스 동호회는 잘 나가던 모임이었다. 그런데 재작년 분리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회원들 끼리 아주 친숙한 테니스 동호회가 되었다. 건강도 지키고 친목도 다지는 좋은 동호회가 되길 소망한다.

201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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