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송천 도서관

등경 2019. 12. 20. 11:10

 

 

 

 

송천 도서관

 

책을 보다가 3층 열람실에서 1층으로 내려가다. 무심코 종합자료실을 들러 빌려가지도 않을 책을 꺼내보다. 요즘 관심이 사서 중 하나인 중용인데 중용책을 서가에서 빼보고 한두 곳 둘러보고바로 종합자료실을 나서다. 다른 때 같으면 일단 도서관에 들어오면 점심때 나가거나 퇴실하면서 나서는 데 오늘 무슨 맘인지 도서관 밖을 둘러보다.

 

인근에 청소년수련관도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부자 나라가 되었는지 도서관이며 이런 수련 시설을 잘 갖추고 있으니 감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수련관도 빙 들러 보고 나오다.

 

이곳 송천도서관은 내가 하루를 사는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삶의 터전이 되다. 사람은 자기 행동 반경이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직장이 나의 일터였다. 퇴직후엔 하는 일에 따라 노는 곳이 각자 있을 건데 나는 도서관에서 놀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이 곳으로 출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년을 하고 무얼할까 고민도 했지만 나는 답이 바로 나오다. 다른 거 다 제쳐두고 공부를 하고 싶었다.

 

전주에 한문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다는 걸 알고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낮엔 이곳에 와서 예습 복습을 했고 시험기간중에도 시험공부를 했던 곳이다.

 

2019년도 열흘 남았다. 한해를 돌아보니 내가 이곳에서 머리에 띠두르고 열공했던 시간들이 무수히 많았던 거 같다. 한때 사법시험도 준비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도 이리 파고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올 일년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진심으로 든다. 우리 나라 도서관 시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우나 최고의 시설에 최고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열람실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지, 맘대로 책을 빌려볼 수 있지, 많은 세미나에 각종 공개 강좌도 있어 책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된다. 언제 한번 어린이 열람실을 가보니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책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시설도 최고다. 또 사물함도 있어 나도 사물함을 대여해서 쓰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 다녔을 때 전주시립도서관이 경기전 근처에 한 곳이 있었다. 지금은 동에 다 있을 정도다. 그때 열람실을 이용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시험기간 중엔 학생들이 많이 몰려와 늦게 가면 대기 번호를 쥐고 기다려야 했다. 많이 기다릴 땐 한두 시간도 기다렸다. 그때 100원의 도서관 이용료도 낸 것으로 기억한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춘 도서관에서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곳이길 바란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도 애용하는 공간이길 빈다.

 

다시 열람실로 올라와 겨울방학을 보내먼서 하고픈 1급한자급수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올 겨울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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