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입동과 은행나무

등경 2018. 11. 7. 21:54

 

 

 

 

 

입동과 은행나무

 

한옥마을 버스 승차장으로 가다. 책가방이 무거워 승강장 의자에 앉다. 보슬비 내리는 밤 하늘을 바라보다. 가로등과 조화를 이루어 은행나무가 아름답다.

 

오늘은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이다. 종일 비가 흩뿌리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에 은행잎이 휘날리는 하루다. 시내 거리를 걸을 때 동짓달이 조락의 계절임을 알려주는 듯 나뭇잎이 비바람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여기 저기서 낙하를 한다.

 

수요일은 한문 강의가 오전부터 있다 보니 단단히 각오를 하고 고전번역교육원에 나오다. 오전 한 강좌, 오후 한 강좌. 밤 한강좌 총 세 강좌다. 밤 강좌는 7시 시작해서 9시 끝나다.

 

9시 끝나자 마자 승강장으로 나오다. 밤이 되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지친 심신으로 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버스를 기타리면서 우연히 밤하늘을 바라 보다. 순간 은행과 네온싸인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비쳐진다.

 

밤하늘에 펼쳐진 풍경이 아름답다. 요즘 왠만하면 자연을 아름답게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솟구친다. 공부에 지친 눈도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린 기분이다.

 

'정말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밤늦게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가는 마음은 뭔가는 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긴다.

 

공부가 좋은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이가 들면 배우겠다는 의지도 점점 사라져 간다.

 

나이 더 들어 학문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기 전 나중 후회하지 않도록 아직 힘이 있을 때 마지막 촛불 하나 불태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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