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짧은 오해

등경 2018. 10. 19. 07:06

짧은 오해

아침 새벽에 갔다가 나오면서 교회에 배달되는 국민일보를 읽다. 나는 신문을 꼼꼼히 본다. 신문을 보는데 어떤 청년이 가방을 우산까지 챙겨와 덜썩 내려놓고 복도를 걷다가 의자에 앉는다.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잘 볼 수 없다. 어떤 청년일까 하고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혹 우리 교인이 아니고 가끔씩 들르는 노숙자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다.

이 청년은 가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읽기 시작하다. 이 청년이 먼저 가야 나도 신문 읽기를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 이 청년이 가질 않다 보니 나도 신문을 더 꼼곰하게 보다.

신문을 읽고 있노라니 이 부목사님이 내려온다. 어제 만든 두부과자에 대해 몇 마디 나누다. 어제 만든 두부과자가 공급이 달려 어제 온 손님들이 사지 못했다. 정년 직전 학교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우리 교회 바자회때 만난다. 얼굴을 보자 하여 바자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올 봄 바자회에 내가 연락을 하지 않고 건너 뛰다. 어제 온 지인들이 두부 과자와 청국장을 사고 싶었는데 못사서 목사님에게 물어보다.

이야기를 하다가 목사님이 의자에 앉아 있는 청년에게 눈길을 돌려 아는 체를 한다. 우리 교회 청년이란다. 그 청년에게 목사님이 나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여 악수를 하고서 나는 이름 물어보니 최국호라고 하고 우리 교회 청년임을 확실히 알게 되다. 어제 우리 바자회가 1박 2일을 하는데 밤에 야경을 한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짧게 오해를 하다. 노숙자가 아니라 어제 밤잠도 못자고 바자회가 잘 이어지도록 물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지킨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오해를 한다. 오늘 아침 설교도 예레미야에 관한 내용이다. 하나님의 뜻을 잘 오해하고 내 뜻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는 자가 되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서 바로 나와서 이런 우를 범하나 싶다.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으로 고정관념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본다.

로마서 12장 2절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라고 하고 있다.

그 청년은 어제 바자회장을 지키기 위해 밤샘을 하고 버스를 기다렸던 것이다. 목사님이 봉고차로 바래다 주겠노라하고 봉고차에 태우고 교회를 떠난다. 나의 알량한 판단 능력을 믿지 말고 하나님은 나에게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분별력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슴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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