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도토리 던지기

등경 2018. 9. 28. 07:56

도토리 던지기

도토리 줍기가 아니라 던지기다. 건지산을 다 내려와서 내리막길에서 도토리 하나를 발견하고 숲 안쪽으로 던져 넣었다. 처음으로 산에서 나무 열매를 보고 던져 넣긴 첨이다. 던져 넣은 이유는 산에 사는 다람쥐나 청솔모 등이 이 열매를 먹고 겨울을 나는 데 사람들이 보는 쪽쪽 주워 가기 때문이다.

내 옆에서는 어떤 여자가 수풀을 헤치고 열심히 밤과 도토리를 줍는다. 조금 내려오니 한 여자가 눈에 띤다.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몸빼 바지 차림으로 손엔 헝겊 장바구니에 밤이 많이 담겼는데 아랫부분이 불룩하다. 내려 오더니 다시 밤나무를 발견하고 번뜩이는 눈으로(얼굴을 가려서 보이진 않는다) 밤을 줍는다. 막대기로 연신 수풀을 헤치면서 말이다.

나도 엊그제 내려오다 이 길에서 밤 몇 톨을 주었다. 밤을 발견하고 너무 좋았다. 손자 장난감으로 주고자 해서 주었다. 내려 와서 영어 단어도 앞으로 가르쳐 주고 싶은 생각에 밤을 뭐라 할까 생각해봐도 그냥 nut은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더 이상 정답이 나오질 않았다. 집에 와서 찾아보기로 했다. 밤은 chestnut, 감은 persimon이었다.

엊그제 나온 언론 내용이다. 살기 좋은 나라로 우리 대한민국이 200여국 중에서 18위를 했다 한다. 일본은 6위라 한다. 그런데 아래 댓글에는 일본이 무슨 살기 좋은 나라냐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상당히 올라왔다. 지진이 많은 나라여서 그렇다고 한다. 나는 일본을 이 나이 먹도록 가지 않았다. 성큼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를 한다. 일본인의 질서 의식과 준법 의식 등이 너무 투철하다고 한다.

그렇다. 선진국이 이래서 선진국이다. 그냥 아파트 평수가 넓다든지 그런게 아니라 우리 의식이 문제다. 지난번 지진 때도 우리 나라 같으면 사재기 등이 극성을 부렸을 텐데 마트에서 쓸 것만 사는 일본인의 의식, 차분한 태도가 보도된 적이 있다. 우리 한국인들의 준법의식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하도 산에 가면 밤과 도토리를 주워가니까 어느 지자체(수원시)가 크게 플래카드를 걸었다는 기사를 봤다. “밤, 도토리 등을 가져가는 것은 불법입니다. 다람쥐 등 야생 동물수가 즐어들고 있어요. 이 열매는 다람쥐와 청솔모 등의 식량입니다.  주워가지 마세요.” 라는 취지의 플래카드였다고 한다.

불현듯 전주시청 민원실에 제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 입구에 이런 플래카드를 걸어주길. 특히 덕진 체련공원 코트 옆 건지산 편백나무 숲에다 걸었으면 한다. 가을이면 큰 상수리 나무를 돌로 치면서 아니 작은 바위라고 봐야할 돌로  나무 밑둥을 찍어서 도토리를 털어 주워 간다. 정말 몰상식한 사람이 너무 많다.


나는 지난번 밤을 주어왔는데 아내로부터 핀잔을 받았다. 이런 작은 것까지 주었느냐고 한 소리 들었다.
나도 아직 갈등이 많다. 산에 밤이 떨어져 있으면 주워 올 것이다. 나부터 달라지고 싶다. 도토리 주워 오기가 아니라 던지기다. 다람쥐와 청솔모 등이 산에 떨어진 도토리 등을 많이 챙겨 겨울을 안전하게 지내라고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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