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한문 공부를 생각하며

등경 2018. 9. 12. 16:01

번역본을 버려라

 

정년하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나름 방향을 생각하다. 이 나이에 돈을 벌기도 어렵고 농사를 짓자니 아무 짬도 모르고 해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첫째 공부, 둘째 운동, 셋째 취미 활동 그리고 여력이 있으면 봉사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면 공부한다면 무얼 할까 했는데 한문을 좋아해서 그동안 한문과 관련된 공부를 하다. 그리고서 이곳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을 드나든지도 두해째다. 오늘 번역원에 나왔다가 점심을 강사님과 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교육원으로 들어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문 공부 방법론에 이르러 귀를 쫑긋하여 경청하게 되다.

 

그동안 번역본에 의지해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별 생각없이 교육원을 드나들었던 나는 강사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하고 반성하다. 한방 크게 맞는 기분이다.


교재로는 영인본과 번역본이 있다. 번역본에 의지하면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 한다. 그런 공부는 의미가 없다. 방법론이 잘못된 것이다.공부를 한다고 많은 책을 샀다. 고전과 관련하여 번역원은 논어, 맹자, 소학 등 경전 등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영인본도 사고 번역본도 샀다. 오늘 같은 날은 세 강좌가 있어 책만 해도 세권이다. 그런데 여기에 영인본과 번역본을 다 같이 가지고 오면 무거워서 들 수가 없다. 영어 공부도 해석본을 보고 공부를 하면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런 논리다. 한문도 스스로 노력해서 문장을 보는 힘을 기르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번역본만 본 나로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토를 달면서 구결토도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

 

저녁 시간에 영인본을 복사해서 원문을 보려고 하다. 그러나 어렵다. 번역본을 보고 싶은 욕구를 떨치기 어렵다. 이걸 어찌 해야 할까 고민이다.


저녁 시간은 논어 시간이다. 오늘 논어 강사님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한다. 어떤 방향에다 주안점을 둘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한문에는 좋은 내용이 많아서 귀감이 되는 이야기 또는 좋은 글들이 수없이 많아 내용 중심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어학적으로 접근해서 글을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인지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내가 한문을 공부하고 있는 목적은 원문을 제대로 해석하고 글을 읽어 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려면 문법과 문장 구조를 파악하여 글자의 참맛을 잘 아는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예습을 해오고 집에 돌아가서는 10번 정도 성독을 하고 또 해석도 성독 식으로 하라고 주문한다. 아예 까무라칠 정도다. 그런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한방 크게 맞는 기분이다.


9시가 넘어서 강의가 끝나다.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더욱 눈은 더 아프다. 오늘 강사님도 '우리 몸이 만냥이면 눈은 구천냥'이라도 한다. 그렇게 중요한 눈도 무척 아프다. 하늘은 캄캄하지만 눈이 별이 뜬다. 아침 와서 밤 늦게 돌아간다.


한문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이지 고민을 안고 돌아간다. 그래도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다. 공부를 한다고 몸을 상해서는 안된다.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된다. 좋은 1방법론을 찾아서 효과적인 한문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 속으로 많이 되뇌이면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오다.


학문의 길은 멀고 험하고 힘들다. 그래도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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