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여러 장의 낭보

등경 2018. 9. 2. 17:01

여러 장의 낭보

여러 장의 낭보(朗報)가 오늘 날아 들었다. 낭보란 기쁜 기별이나 반가운 소식을 뜻한다. 좀 세게 제목을 달아 볼라고 생각했다. ‘일본은 없었다’라고 하고도 싶었지만 그건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좀 순하게 ‘여러 장의 낭보’라 적어본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오늘은 구월 초하루다. 지난 여름 너무도 더웠고 참기 어려웠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여름 겪어보긴 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구월을 맞이하면서 지난 여름 힘겹게 살면서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했다. 구월이라는 말만 들어도 시원한 감이 든다. 의미 있는 날 국가적으로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은 일본과의 게임이 많은 날인데 먼저 유도혼성 단체전이 먼저 열렸다. 아시안게임도 막바지다. 유도경기 중계가 되었다. 나는 솔직히 유도 규칙도 잘 모른다. 좀 흥미를 끌어 11시 전후 유도 경기를 보다가 유도 혼성 단체전에서 일본에 석연치 않은 패배를 당하는 것을 보았다.  유도 혼성 단체전 8강에서 일본과 3-3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심판진의 판정으로 일본의 승리가 선언됐다. 일본과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해설자는 무승부일 경우 한판은 10점, 절반은 1점, 지도승은 0점으로 계산해 승부를 가린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이와 같은 계산이라면 한국 대표팀은 한판승 1개와 절반승 1개를 기록해 11점, 일본은 한판승 1개로 10점을 기록해 한국이 4강 진출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일본의 손을 들었다. 한국 대표팀은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이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항의 표시로 경기장에서 나오지않고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일본의 오만을 보면서 첫 단추인 유도 게임이 승리가 도둑맞게 된 것을 보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비겁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판 가운데 일본인 감독도 있어다 한다.




오후 세시경이다. 동메달을 놓고 한일전 여자 배구대회가 열렸다.  어제 준결승전에서 태국과 경기가 있었다. 태국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한 나로서는 우승은 당연히 우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아니었다. 1, 2 세트를 내주었지만 우리가 뒷심을 발휘해서 이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태국이 수비도 좋고 공격력도 좋았다. 준결승에서 지고 보니 여자 배구가 한일전으로 전개된 것이다. 오늘 동메달 결정전 경기를 보다가 1세트를 이기는 것을 보고 아들과 손자가 놀러와서 잠깐 인근 마트를 가게 되었다. 갔다 와서 보니 계속해서 배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가 숙적 일본을 3대 1로 따돌렸다.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세트 스코어 3-1(25-18 21-25 25-15 27-25)로 물리쳤다. 전날 준결승에서 태국에 패한 한국은 29점을 퍼부은 세계적인 거포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이 활약에 힘입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시원스레 일본을 이겼다. 일본전 첫단추를 잘꿰었다. 태국에 져서 동메달을 놓고 다툰 경기가 좀 아쉽긴 했지만 일본을 이긴 여자 배구가 그렇게 밉진 않았다.



원래 한일전 야구는 오후 5시 반으로 중계 방송이 예고되었다. 5시 반쯤 방송을 보니 아직은 전 경기를 재생하고 있어 조금 지나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솔직히 야구를 좋아 했으나 야구가 너무 지나치게 투수에게 의존하고 있어 너무 깊이 빠져들어 보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자제하고 있었고 이번 야구와 관련된 기사들이 부정적인 것들이 많아서 야구 경기 시청은 좀 멀리했다. 첫 게임부터 대만에게 패했고 이번 야구 경기에 나온 팀들이 대부분 실업팀이거나 일본도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 팀이라고 해서 우리와는 선발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는 경기 흥미가 반감되었다. 축구와 대비할 때도 축구는 네티즌들이 열심히 응원하는데 야구는 그렇질 않아서 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가졌다.


그래도 결승전은 어렵게 올라가서 일본과 결승을 다투는 결승전은 흥미로왔다. 3대 0으로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또 한 장의 낭보가 날아든 것이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양현종의 호투와 박병호의 홈런을 앞세워 일본을 3-0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3회 연속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로 가는 길이 유독 힘든 대표팀이었다. 대표팀 엔트리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나왔고 첫 경기였던 지난달 26일 대만과 예선 라운드에서 1-2 일격을 당하면서 금메달까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첫 패 후 나머지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원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을 이겼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



  본 게임은 축구였다. 축구는 우리 국민의 관심사였다. 그동안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결승에 올랐다. 처음 바레인과 게임이 안되게 이길 때 흥분이 되었다. 황의조 선수의 골 넣은 모습이 너무도 시원스러웠다. 요근래 축구경기를 볼 때 우리 한국 축구는 골대 앞에선 작은 아이였다. 제대로 넣어 본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선수들의 병역 문제와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일찍부터 관련기사 보도가 있었다. 특히 손흥민 선수의 병역 문제가 걸린 대회였다. 내가 생각해 볼 때 잘 하는 선수들이 병역으로 선수들의 경력이 단절되고 걸림돌이 된다면 우리 축구 발전이 크게 저해된다고 생각하는 터라 병역 면제를 해주어도 좋다는 데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야 이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가서 선진 축구를 배우고 우리 나라 국위선양에도 크게 도움이 되기에 말이다.


그래서 축구 경기는 관심있게 보았다. 그런데 우리보다 피파랭킹이 한참 아래라는 말레이 전에서 진 것을 보고는 실망이 컸다. 그런데 김학범 감독이 용병술을 보여 꾸준히 이겼으면 좋겠다는 경기를 하나씩 이기고 선수들이 원 팀이 되어 8강 4강 하면서 올라왔기에 나로서도 관심이 아주 컸다. 


8시 반에 축구 경기가 진행되어 전반 후반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한 수 위라고 했다. 그런데 축구는 의외성이 많아 승부를 함부로 예측한다는 것이 힘들다. 전반 후반을 긴장하면서 보았다. 그리고서 연장전이 치러졌다. 연장 시작하자마자 내 눈을 의심했다. 골이 터진 것이다.


이승우는 연장 전반 3분 손흥민의 도움에 이어 왼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문을 갈랐다. 이어 연장 전분 11분 손흥민의 프리킥을 받은 황희찬이 헤딩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이후 한국은 연장 후반 9분 일본에게 코너킥 상황에서 한 골을 내줬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해서 한일전은 대단원의 마무리를 승리로 이끌었다. 너무도 통쾌했다. 이렇게 몇 종목의 경기가 하루에 이루어지고 시원하게 일본을 이겨본 날은 없었다. 우리 축구의 밝은 미래를 본다. 이번 축구를 승리로 이끈 선수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기대한다.

 



기분 좋은 구월 초하루다. 스포츠 경기를 이렇게 잼나게 통쾌하게 시청해본 적도 없다. 한일전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2018.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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