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한국어교사

한국어교사 자격증 수령

등경 2017. 11. 24. 08:15

한국어 교사 자격증 수령



목요일은 명심보감 수업이 있는 날이다. 고전번역교육원을 알고 부터 한옥마을에 와 수목금 사흘을 한문을 배운다. 오늘은 목요일이라 명심보감을 배우는 날이다. 한 두시간하면 책이 다 마쳐진다. 처음부터 배운 것은 아니다. 날씨가 좋치 않아서인지 평소보다 나오는 숫자는 적다.  한문 공부를 1시간 하고 나면 쉬는 시간이다. 교수님이 강의실을 빠져나가시면서 첫눈이 내린다고 한다. 오늘 내린 눈이 첫눈이다. 눈이 오면 소년 시절에는 무언지 생길 것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감성이 조금 남아선지 약간의 동요는 있다. 다른 분이 문을 열고 나간 사이 바깥 세상이 보이는데 큼직한 눈들이 많이 떨어진다. 첫눈 치고는 제법 센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교육원을 들어서면서 사진 한 장을 찍다. 들어오는 문은 삭비문이라 명명되어 있다. 올 해가 가기  전 페북에 한컷 올릴 요량이었다. 이 곳 다니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몇 달 한옥 마을을 드나들면서 이곳이 좋아지기 시작하다. 두 시간을 마무리하고 어느 때처럼 집으로 가는 길로 나서기 시작하다. 눈은 내리다. 몇 십 걸음 떼고나서 아니 오늘 당장 한옥 마을의 모습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지만 눈에 띠는 대로 담아보기로 하다. 고전번역교육원 주위를 돌다가 한옥마을 하면 경기전이지 하고 경기전으로 가는 길에 젊은 사람들이 한복을 빌려 입고 막 나오는 장면부터 폰에 담기 시작하다. 좀 가니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 경기전으로 향해서 경기전의 좀 쓸쓸한 모습을 담다. 불과 얼마 전 까지 만해도 노란 단풍과 어울어져 참 보기 좋았다. 근처에 있는 전동 성당을 들러서 팔달로를 건너다. 가면서 풍남문과 전라 감영 복원 터로 가다. 복원터 조성 공간에는 저 멀리 소나무 한 그루 보이고 눈이 내려서 하얗게 덮고 있다. 눈은 그치지 않고 내리다.


한옥마을의 모습을 이런 정도 담으니 너무 빈약한 거 같어서 다시 남부시장을 거쳐 전주 향교로 가다. 눈이 내려 녹으니 웃저고리도 젖기 시작하다. 전주향교에 가니 사진 찍는 사람도 있고 구경을 멈추고 건물 마루에 줄지어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내린 눈이 그치지 않아서 몇 컷 하고 어느 큰 건물에 몸을 피하다. 더 이상 돌아다닐 수 없어서 근처 식당으로 향하다. 이렇게 혼자 식당에 용감하게 들어와 본 적도 없다. 뷔페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으니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사대부고 제자라고 이야기 하더니 음식 하나를 이게 맛있다고 떠다 준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식당을 나서니 어느새 눈은 개어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집으로 향하다. 폰에 문자 하나가 오고 전화가 오다. 택배다.  경비실에 맡겨 놓았다고 한다. 궁금하다. 집에 가지고 와서 꺼내 보니 국립국어원으로부터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오다. 많이 기다렸던 자격증이다. 그렇다고 당장 쓸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활용할 가능성도 높지 않는 자격증이다. 고생해서 얻은 자격증이라 기쁘다.


그러니까 작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년을 앞두고 전직설계과정 연수를 수안보로 가다. 정년을 하신 분들이 강사로 나와서 정년 이후의 생활에 대해 다양하게 말씀을 하시는 데 자격증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그때 많은 자격증 가운데 내가 따고 싶은 자격증 하나가 바로 한국어교사자격증이다. 학교로 돌아와서 알아보고 신청한 것이 EK평생교육원 원격 강의다. 7월부터 무모하게 시작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다. 7월말 방학으로 들어가서 오히려 공부하기에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인데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검사받기 시작한 것이 여름방학 내내 병원을 오가기 시작하다. 무엇보다도 건강 하나는 자신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원격강의를 듣는데 너무 힘들다. 근무하랴 공부하랴 작년 후반기는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그런데 나중 알고 보니 통과가 어려울 것 같은 과목들이 이수가 되다.  


올 2월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정년퇴직이 있기 때문이다. 정년을 하고 나머지 반절 강의를 다 신청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맘먹다. 그중 한 과목이 교육실습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은 동신대 과정에 등록해서 올 6월까지 매주 금요일은 전주에서 나주로 원행 드라이브를 하는 날이다.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 신청을 해서 그동안 많은 날들을 기다려왔는데 오늘 집에 돌아와서 경비실에서 자격증을 찾아 오게 되다. 고생해서 취득한 자격증이지만 이 자격증을 가지고 활용할 방도를 찾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 활용할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 이 땅에 많이 와 사는 결혼이주민과 산업근로자가 있다. 그분들에게 보탬이 되는 한글 교육을 하고 싶은 막연한 생각도 있었다. 혹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서 한글이해 교육에 앞장설 생각이다.


                                                                      2011.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