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교장선생님! 저 2등했어요.

등경 2013. 6. 21. 19:44

퇴근 무렵이다. 전화 벨이 울린다. 구내전화라 어떤 선생님인지 궁금해 하면서 수화기를 들다. 학생 목소리다, 3학년 오지애다. 오늘 군산대에서 있는 전북음악경연실기대회에 성악 부문에 참석한 학생이다. 수화기를 들고 보니 "저 지애예요. 2등했어요. 저 잘했죠? 축하해주세요."라고 한다. 듣던 중 반갑다. 점심을 먹고 가면서 떨린다고 한 학생이다.

올핸 성적이 좋다. 어제는 피아노 3학년 한상*이가 금상, 2학년 곽*이가 은상이다. 오늘은 성악부문에서 오지* 은상, 1학년 윤상* 동상이다. 바이올린 부문에서 1학년 한송* 은상이다. 플롯은 아깝게 등위에 못들었다고 한다. 바이올린을 켠 한송*은 1등 재목이라는데 약간의 실수로 1등을 놓쳤다고 한다. 작년엔 오지* 혼자 동상을 받아왔다.

오지*는 익산어양중에 부임하고 얼마 안되서 알게 된 학생이다. 그 오빠는 작년 3학년 학생으로 선생님들을 힘들게 한 학생이다. 오빠는 익산어양중에 유명인사다. 수업 시간에 배회하기도 하고 입도 거칠다. 만나서 상담을 하고자 하면 아예 도망을 가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상담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오빠를 둔 동생이면 동생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품행이 좋치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 있기만 해도 같은 류의 학생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던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그래도 작년 성악부문에서 입상을 했다 해서 만나면 칭찬을 했다. 공부는 좀 뒤져도 일찍부터 자기가 잘 하는 분야가 있어 자기 진로를 개척해가다 보면 이렇게 자기가 잘 하는 분야를 찾게 된다고 본다. 오지*가 대표적 케이스다.

엊그젠 음악선생님이신 윤부장으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음악실 초대를 받았다. 초대 내용은 4시 10분경 음악실에서 실기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 연습이 있다 한다. 난 바로 작은 음악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꺼이 가겠노라 하다.  정확하게 4시 10분 되기도 전에 3층에 있는 음악실에 가 있었다.. 그런데 5분 10분후가 되어서야 학생들도 오고 그제서야 연습이 진행되었다. 맨 먼저 한상* 곽*이가 피아노를 연주했는데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뒤 성악과 플릇 그리고 바이올린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마지막 한송*의 바이올린 연주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좋은 느낌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작년 와보니 음악실이 너무 비좁고 현대화를 하는 것이 제일의 과제로 여겼다. 익산어양중이 개교한지 얼마 안되어서 다른 시설은 속된 표현으로 끝내주는데 음악실이 왜 그런가? 올핸 맘먹고 옮기고 싶어서 2층 큰 교실로 옮겼다가 주위의 학급에서 시끄럽다고 하여 다시 원 위치로 환원하였다. 원위치하면서 교실을 좀 늘리고 새 책상을 배정하였다. 다른 시설도 보완하여 음악실 답게 꾸몄는데 꾸미고 나선 정말 날아갈듯 좋았다.

음악선생님의 노력이 전부일 수 있다. 작년 학생인권부장을 하면서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해낸 분이다. 뭘 시켜도 어렵다는 한 마디 안하신 분이다. 도교육청 일 열심히 하면서 학교 일도 력셔리하게 해낸 분이다. 올핸 교무를 맡으면서 일도 많이  하고 있는데 전공 교과도 책임있게 지도 하셔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셨다. 우리 속담에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을만한 분이 윤부장이다. 이렇게 능력있고 인성좋고 인간관계 원만한 분을 만난 것도 내 복이다.

오지*가 노력하여 끝까지 음악의 길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학생이길 빈다. 전화상으로도 앞으로 TV 앞에서 많이 보겠다는 덕담을 했듯이 우리 나라 성악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길 바란다.

 

201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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