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죄송합니다. 바로 버리겠습니다.

등경 2013. 6. 28. 09:02

교육복지를 담당하는 김선생님이 일찍 교장실에 오셨다. 지난주 토요일 교육복지 우선 사업의 일환으로 대상 학생과 희망자를 중심으로 도자기 공예 체험을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 결과물이 만들어져 미술실에 전시되었다고 한다. 가서 보니 접시를 만들었는데 나름대로 무늬를 넣어서 앙증스럽게 만들었다. 어제 교무실를 들렀다. 자주 들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교감선생님이 만든 작품이라고 보여준다. 전문가가 만든 것처럼 수준급인 접시를 만드셨다. 보기가 좋았다.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런 도자기공예체험도 다시 한번 하고 싶었다.

재작년 작은 시골학교에 있었을 때 1박2일 안성에 있는 자연환경원에서 체험학습을 했는데 도예체험을 처음으로 맛봤다.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지만 손으로 찰흙을 만지고 물래를 돌리고 손으로 비빈 흙들을 감아 올리면서 즐겁게 했던 일이 생각났다. 흙을 손으로 많이 만지기도 했는데 그 신선한 촉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후 내가 만든 펜꽂이가 구워져 왔고 그 것을 책상위에 놓고 사용하였다. 작업 날짜도 써넣었고 이름도 새겼다.

이왕 미술실에 간 김에 교내 순회를 좀 일찍 시작했다. 4층으로 올라가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3층을 지나 2층으로 내려왔다. 복도를 걸어가노라니 앞서 키 큰 학생이 반 쓰레기 봉투를 들고 걸어간다. 코너를 돌아서 학생이 사라졌다. 그러고서 바로 돌아나온다. 사물함에 들렀다 나옴을 직감했다. 학생을 이리 오라 하여 쓰레기 대봉투 어디 두었냐고 물었다. 바로 '죄송합니다. 바로 버리겠습니다.'라고 한다. 이유인즉 이 학생이 3학년 8반 양원*인데 4충에서 2층까지 내려와서 사물함이 잠겨있지 않는 곳을 열고 쓰레기봉투를 쳐박아 버리고 가다가 뒤따라가는 나에게 걸린 것이다.

작년 4월이다. 사물함에서 이상한 액체가 흘러나온다. 사물함을 열어보니 쓰레기대봉투가 발견된다. 하나 꺼내고 둘 꺼냈다. 이상해서 다른 사물함도 열어보니 몇 개 더 나온다. 3학년 부장님 오시라 하여 확인을 하고 생각해보니 자물쇠가 없는 사물함을 다 열어보면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 생각한 대로 그 뒤 10여개 가 나왔다. 그리고 나선 담임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어선지 그 뒤 쓰레기 봉투 사건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도 한번 봄에 이런 일을 겪었다.

 

생각해보면 멀리 가서 버리고 오기 싫을 것이다. 귀찮기도 할 거다. 바로 잘못을 시인했기에 더 이상 다른 말은 안했다. 학생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물었고 평생 정직이란 글자를 맘속에 새기도 살면 복을 받을 거라고만 하도 보냈다. 오늘은 쓰레기 봉투를 넣은 것은 봤지만 이렇게 상급학년이 하급학년 사물함에 몰래 넣어 놓고 돌아가는 학생을 보기는 첨이다. 올핸 학교 현관에 걸린 슬로건도 바꿨다. 우리 어양 학생이 바른 인성과 융합역량을 갖춘 글로벌창의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인사도 잘하고 남도 배려하고 내가 한 행동은 내가 책임질줄 아는 학생이 되길 바란다. 쓰레기 봉투 들고 가다 아무데나 버리거나 우유박스 계단에다 팽개치고 가는 학생 없길 바란다. 휴지 덜 버리고 실내에서는 실내화 신고 인사 잘하는 기본을 갖춘 학생들이길 빈다.

 

2013.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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