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학부모 교육이 있다. 원래 장소는 도서실로 잡혔는데 어제 시청각실로 변경되어서 준비는 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아침부터 시청각실로 가서 준비 상황을 점검하게 되었다. 플래카드가 게첨되었고 시청각실이 요근래 학생들 출입이 잦더니 의자에 낙서를 많이 하여 낙서도 지워달라고 했는데 비교적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접수대는 아직 준비되진 않았지만 담당자가 늦게 서둘러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강의에 참석할 학부모님들이 많이 오셔야 한다. 15분전쯤 가보니 몇 분 안오셨다. 많이 오시길 기대하지만 그래도 강사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는 오셔야 할텐데 조바심이 났다.
어떤 남자 분이 들어오신다. 오늘 강의를 하실 임신일 교수다. 대학 교수로 가시기 전에는 도교육청 산하 전문상담교사로 일선 고등학교에 근무를 하신 분이다. 도교육청에 있을 때 우리 부서의 일이 전문상담교사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어서 가끔 만나기도 했다. 교장실로 모셔 이야기를 나누었고 강의는 10시가 넘어 진행되었다.
기대만큼 많은 학부모님은 오시지 않았다. 하지만 참석예정 숫자보다 두 배 이상 오셔서 50여분이 오신 것이다. 작년 어양중에 와서 비교적 제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학부모교육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올핸 신경을 더 쓰려고 했고 담당자도 관심을 갖고 학부모 교육을 진행해왔다. 1학기 2차고사가 이루어지기 전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에 이루어졌고 철저한 준비 속에 이루어졌으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담당자는 학부모회 회원을 대상으로 하려 했으나 난 이왕 하는 김에 어양중 전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하자 하여 어제 계획을 좀 수정했다.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학운위 위원 두 분에게 전화도 했다. 평소 학교 교육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은 대부분 오신 거 같다.
나도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들으려 했다. 강의는 학부모들끼리 인사를 시키는 것으로 시작하였는데 의미있는 게임으로 어색함을 풀어주는 것이 전문상담사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는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한 현명한 부모의 선택'이었다. 준비된 원고와는 다르게 학부모님과 자녀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가정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얘기를 할 때마다 학부모님들은 감탄을 한다. 학부모님들이 자녀를 기분으로 키우고 있어 자녀지도에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것도 맞는 거같다. 학부모님들이 자기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해 왔는데 그게 자기 자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질 못하고 자기 만족을 위하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해온 행동임을 깨달아 가기 시작하면서 가끔씩 강의 내용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응 그렇구나. 그동안 내가 자식을 키웠을 때 나도 마찬가지였다. 강사가 살아오면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느껴오다 교회에서 어버이주일 아버지가 자녀에게 축복기도를 해주는 안수기도가 주일 교회당에 있었을 때 서로 부자지간에 뜨거운 눈물을 흘린 개인적 경험을 얘기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 애써 태연하려 하기도 했다. 자녀의 사춘기로 강의를 마무리해갔고 오늘의 초점은 가족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학부모님들에게 아주 유익한 살아있는 강의가 되었다.
그래 나이가 먹었다고 다 경험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단 19년 아래니까 한참 후배인데도 불구하고 인생을 많이 산 것처럼 공감이 가는 얘기를 할 땐 강사로 잘 모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라고 다 좋은 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장을 모르고 이론적인 얘기를 할 때도 많다. 그런데 임교수는 학교 교사로 시작해서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많이 공부를 하고 내공을 키운 분이어서 우리가 크게 공감하는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강의를 듣고 보니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점심 때가 되었다. 참여한 학부모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조금 일찍 전 어양중학교 학부모님들에 알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마음 같아선 100명 정도 왔으면 성공작이라고 했을텐데 좀 못미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운위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몇 분이 오셨기에 점심을 식생활관에서 하고 교장실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너무 훌륭한 강의라 한다. 이분들은 학교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어서 학부모 교육에 많이 쫓아다니셨다. 어떤 분이 그동안 받은 강의중 최고라고 추켜 세운다. 오늘 강사 섭외는 백점짜리가 되어 기뻤다. 내심 속으로 미안한 점도 있었다. 어제 강사료를 놓고 담당 선생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교사인데 너무 많이 드리는 거 아니냐고 내가 어필을 하였기에 좀 부끄럽기까지 했다. 내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강사료 많이 들여 어차피 강사를 모신다면 많은 학부모들이 오셔서 듣는 것이 당연하고 파급효과가 클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늦게라도 문자 메시지로 학부모교육이 있다고 알린 일이 잘 된 일이기도 했다.
임신일 교수님 감사합니다.
좋은 강의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강의가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데 기여하길 소망해봅니다.
201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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