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8) 고향_정지용

등경 2014. 12. 27. 17:47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014.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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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 주다.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은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한 해를 돌아볼 때 즐거운 마음이 드는 거 보다는 한 해를 알차게 보내기 보다는 별 한 일 없고 나이만 한 살 더 훔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평소 고향을 잊고 살지만 마음 속에 그리던 고향도 막상 고향을 찾는다면 나를 어느 누구도 반겨줄 사람 없고 왠지 모르는 쓸쓸함만 더 크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짧지만 단어 하나 하나에 힘이 느껴지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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