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가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201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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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를 접하려 한다. 남편으로서 살아온지 30년이 넘지만 나란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골똘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시를 통해서 남편으로서 살아온 세월을 반추하고 반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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