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7) 행복_유치환

등경 2014. 12. 21. 14:33

幸福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01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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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행복이 무어냐고 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이 수없이 써온 주제이기도 하다. 시인 유치환은 사랑이 행복이라고 정의를 한다. 사랑을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 보다 행복하단다. 에메랄드 빛 하늘이 보이는 가을에 외워볼 만한 시이기도 하지만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 행복이 무언지 곰곰히 새겨보면서 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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