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암송5 江村 두보
강촌이라는 시는 내가 한문을 알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내 마음 속의 가장 오래된 한시다. 내가 고등학교 교사를 시작하면서 초임 시절에 상치 과목으로 한문을 가르쳤는데 전근을 간 다음 학교에서도 한문을 상치로 가르쳤다. 오늘 서재에서 서재에 꽃아두었던 그 때의 한문 교과서를 꺼내 보다.
책이 색이 바라 앞 표지도 희미해 보인다. 속도 누러져서 옛날 가르치면서 교과서에 꼼꼼히 적어두었던 내용도 희미해서 보기가 쉽질 않다. 초임때엔 금성교과서를, 두번 째 학교에서는 동아출판사가 간행한 교과서를 가르쳤다.(1990년) 그 교과서에 이 시가 실렸는데 처음 대하면서 한시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배우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가진 적이 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정년퇴직후 3년간 고전번역교육원 연수과정을 다녔고 다시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서 3년째 공부하고 있다.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을 다니면서 시민강좌도 세 강좌를 듣고 있다. 한시반도 있고 맹자반도 있다. 한시반은 한시를 전적으로 배우고 맹자반도 교수님이 한시를 전공했다고 하면서 매주 한시 한 수를 가르쳐주시는데 종강 날 두보의 강촌을 배우다. 감회가 새롭다.
淸江一曲抱村流 / 맑은 강의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니
長夏江村事事幽 / 긴 여름 강촌의 일마다 그윽하도다
自去自來堂上燕 / 절로 가며 절로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 / 서로 친하며 서로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의 갈매기로다
老妻畵紙爲碁局 / 늙은 아내는 종이를 그려 장기판을 만들거늘
稚子敲針作釣鉤 /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든다
多病所須唯藥物 /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바는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更何求 / 천한 몸이 이것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두보는 너무 유명한 시인이어서 두보의 시만을 따로 가르치시는 분도 있다. 줌으로 이 분의 강의를 듣는데 수없이 많은 두보의 시가 있다. 그 중 이 시가 제일 내 마음 속에 담겨 있어 이 시를 다시 입으로 읊조려본다.
이 시는 두보가 49세가 된 760년 청두에서 초당을 짓고 한가로이 지내던 어느 여름날 지은 것이다. 첫 구에서, 강이 마을을 감싸 흐르는 공간 배치와 긴 여름이라는 시간 배경이 조화롭게 어울려 한층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딱히 할 일 없는 어느 여름날 오후, 한가롭다 못해 나른한 느낌마저 풍기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잘은 모르지만 두보가 제일 행복하게 보내는 시절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202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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