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바래봉 철쭉

등경 2014. 5. 10. 19:36

오랜만에 등산을 하다. 토요일이면 결혼식장 가는 등 여러 행사로 바빴지만 오늘은 이런 저런 행사를 무시하고 1-2 남전도회 연합 야유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바래봉 등산을 선택하다. 오늘 아침은 선테니스 클럽 동호회 월례회다. 게임은 참여할 수 없어서 다른 때보다 일찍 코트에 나가다. 5시 10분 경 코트에 도착하니 내가 처음이다. 조금 후에 회원들이 왔고 월례회 전 오픈 게임을 하다. 처음 가볍게 시작했으나 이것도 게임이라로 서로 이겨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결국은 가까스로 이겼는데 지는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한 게임이라도 하고 월례회에 참석했다 일찍 돌아와 야유회 갈 준비를 하다.

9시 반 교회에 모여서 남월 바래봉으로 출발하다. 1시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운봉 바래봉이다. 좀 이른 시각이어선지 주차장이 여유가 있다. 버스에 막 내리니 바람이 불다. 급한 마음에 바람막이라도 입고 올걸 아내에게 말을 걸다. 입구는 장사를 하는 천막으로 쭉 이어져 있다. 산 아래에서 산 능선을 바라보니 그리 쉽지 않다는 걸 느끼다. 전에 온 기억이 있어 그 때도 갔다 왔으니 별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으나 나는 가능하나 아내는 어렵다는 걸 직감하다. 같이 보조를 취해 가보려고 무척 노력했으나 너무 수준차가 나서 답답함을 느꼈는데 아내가 혼자 다녀오라고 강권한다. 몇 차례 같이 가자고 했으나 아내는 손사래를 친다.

혼자 가기로 마음먹고 오르다. 표지판을 보니 좌측이 바래봉으로 되어 있어 조금 오른 후에 오른 쪽은 운지사고 왼쪽이 바래봉이라서 그리 가는줄만 알고 그족으로 시작했으나 나중 돌아올 때 보니 직선 거리 등산길이 있었다. 넓은 길로 가다. 많은 사람이 등산로를 메우다. 여기 저기 산악회에서 왔는지 그룹으로 움직인다. 제대로 등산복을 입고 스틱도 두 개로 등산을 한다. 계속 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다.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들도 오고 노인들도 등산을 한다. 한참을 오르니 시멘트 벽돌로 된 길이 쭉 이어진다.

중간 황집사님을 만나 같이 산에 오르다. 바래봉 삼거리에 도착하다. 바래봉이 0.7킬로 철쭉 군락지는 1.6킬로 정도로 되어 있어 일단은 바래봉 정상 쪽으로 정하고 정상을 향해 가다. 그런데 철쭉제를 한 곳으로는 그렇게 맘에 안든다. 정상을 가서 인증샷을 찍고 내려오다. 다시 삼거리에 도착하다. 철쭉 군락지 표지판을 확인하고 자연이 나를 손짓한다. 황집사님에게 잠깐 그곳으로 가보자고 하고 내려갔는데 계속 가도록 철쭉 군락지가 강하게 유혹한다. 그래 어쩔 수 없다. 머릿 속은 1시 차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라는 말이 맴돈다. 주위 철쭉은 화사하게 피어 우리를 반긴다. 중간쯤 가서 돌아오려 했으나 더 좋은 곳이 나오다 보니 멈출 수 없다.

한참을 내려가니 철쭉 군락지가 나온다. 산이 온통 철쭉이다. 바래봉 정상만 가고 내려갔으면 후회가 막급할 뻔 하다. 중간 중간 스마트 폰에 철죽을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나도 정신없이 철쭉산을 휘젓고 온 기분이다. 이곳이 파라다이스다. 철쭉꽃 핀 파라다이스다. 정말 멋있다라는 말만으로 부족하다. 이럴 때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인 나는 뭐라 표현해야 할지 형용하기 어렵다. 철쭉 군락지를 어느 정도 보니 한시다. 계속 해서 어디냐고 전화가 오다. 빨리 내려오라는 전화다. 가서 한 소리를 들을 지언정 이곳 철쭉은 보고 내려가기로 작정하고 기다리는 사람 심정은 뒷전이다.

한참을 구경하고 중간중간 인증샷을 대충 찍고 총총 걸음으로 하산하다. 한참을 내려오니 샛길이 나온다. 올라올 때 샛길을 막아놓고 산림훼손자 벌금문다는 표시판을 보고 큰 길로 등산을 했는데 그 길로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직선로 계곡 등산로로 내려와서 같이 합세하면서 내려오다. 거의 뛰어 내려오다 싶이 오다. 중간중간 왜 안오냐는 전화가 빗발친다. 한참을 내려오니 운지사다. 올라올 때 오른 쪽 길을 택했으면 이 길이었다. 내려 도착하니 약 2시 20분 이다. 우리보다 전에 도착한 분이 30분 전에 도착했으니 우리를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알겠다. 대충 길을 잃었다고 넘기고 차에 오르다.

오면서 어느 산채비빔밥집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아직도 그 철쭉 군락이 눈에 선하다. 마치 다시 못올것 같이 생각하고 꼭 가봐야겠다고 오른 바래봉이다. 내려오면서 어떤 사람이 지리산 갔다왔다고 자랑하겠다는 말이 생각난다. 정말 지리산 갔다 온 기분이다. 모처럼 등산을 하고 보니 발가락이 좀 아프다. 발가락이 아플 정도로 부지런히 산에 오르고 내려오고 보니 좀 피곤하다. 그래도 철쭉 봤다는 대견함에 피곤함도 녹는 주말 오후다. 집에 도착하니 여섯시다. 오늘 하루 많이 걸었다. 철죽을 원없이 보았다. 철쭉이 지기 전에 봄이 가기 전에..........

2014. 5. 10

'나의 이야기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치 한토막  (0) 2014.08.05
로즈 데이  (0) 2014.05.14
이별 연습  (0) 2014.02.17
시월의 마지막 날  (0) 2013.10.31
가을 산책  (0) 201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