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12시 반 이리랑 12권째 마지막 쪽을 읽고 책을 덮다. 그 지리한 대하소설 읽기였다. 남들은 벌써 읽은 소설이겠지만 난 오늘에서야 아리랑 읽기의 종지부를 찍다. 어제 여유시간이 있어 충분히 읽기를 끝내리라 생각했는데 다른 일로 미루어지다. 그러나 개학하기 전은 끝내야 하는 강박관념에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다. 한 때는 지난 1일 새벽 어쩔수 없는 환경에서 불을 켤수 없어서 읽고 싶은 마음에 아파트 밖으로 나와 책을 볼데가 없어서 복도 센서를 의지해서 약 1시간 반 동안 추위에 떨면서 책을 읽은 경험이 있는데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무리하게 되어서 기쁘다.
지난달 7일 학교에 나가다.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적막하다. 그래서인지 방학때 근무는 별 부담이 없다. 문득 교장실 벽에 설치된 서가를 보니 아리랑이 눈에 띤다. 아리랑은 조정래가 쓴 대하소설이다. 아리랑이라는 글자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은 작년 시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책이다. 읽고 싶어서 빌려다 놓았으나 1권도 읽질 못하였으나 갑자기 읽고 싶은 충동이 일다. 이 아리랑을 전에도 읽고 싶어서 전질을 구입하고 집 서가에 꽂아 놓고서 1권 몇 쪽 읽고서 덮어버리고 읽으려는 시도조차 안했다. 방학이기에 시간은 확보되었고 올 방학 연수는 없어서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리랑 대하소설 읽기로 마음을 굳히다.
아리랑 책 11권 어디에서인가 '아리랑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식민지 민족의 망향가고 이별가고 탄식가고 환희가며 애국가가 되었다.'고 하듯이 우리 민족의 한의 노래이다. 아리랑을 읽다 보니까 아리랑 소리만 나오면 귀가 쫑긋해진다. 1월 31일 설날 아침 명창 김영임씨가 인생 간증을 하다. 어려서 소리를 듣고 소리를 배우고 싶은 이야기며 살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이야기를 하고서 마무리를 아리랑 두 곡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명창 김영임의 애환이 이 아리랑으로 다 승화된 느낌을 받다. 또 삼례 옛 양곡창고를 문화공간으로 바꿔 놓았다는 보도도 다른 때 같으면 전혀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순간 귀에 박히다. 삼례 양곡창고는 아리랑 책에 나오지도 않지만 일제 때 일본 공출 전 쌀을 보관한 곳으로 이 땅 이곳 저곳이 숱하게 수탈되었음을 느끼다. 아리랑 독서후 언론에서의 일본은 새로운 의식으로 다가왔고 생각보다 아주 많이 보도됨을 알게 되다. 아리랑을 읽는 기간에 하얼빈의 안중근 열사관 개관은 아주 통쾌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 일제 36년간의 식민지사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태인들이 히틀러에 의해 600만이 학살되었다고 한데 그 600만이 단 3년동안 죽었다고 한다. 우리는 일제식민지 시대때 일제의 총칼에 희생된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약 3, 4백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 희생자가 36년에 걸쳐서 죽어갔다고 한다. 작가는 어느 민족이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겠는가 반문하면서 이 비극을 제대로 알리고자 아리랑이라는 대하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우리의 독립이 간단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얻은 이 독립이 그냥 이루어진게 아니고 많은 사람의 피흘림에서 이루어졌다고 더 깊게 새기게 되다. 지금이야 인권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사람을 죽여서도 안되지만 왜 그리 사람 값이 그 때는 파리보다 못한 존재였던가 책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들의 죽음에 대해 그 희생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맴돌아 가슴 저며가면서 읽었다. 어떤 때는 눈물이 저절로 흘려지는 장면도 있기도 하고.. 많은 등장 인물이 있는데 정말 사람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섬세하게 묘사하든지 감동을 받았고 역시 큰 작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다.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일본을 너무 배격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친일해서는 더욱 안되는 것이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일제 36년간의 식민지 역사는 객관적이고 엄중하게 평가해서 또 다른 침략을 받아 고통받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그리고 하루 빨리 민족 통일을 이루어 우리 한민족이 세계 만방에 우월한 민족임을 과시하고 지금도 일본 총리 아베가 극우적인 역사인식으로 우리 한국을 무시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으로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죄할 날이 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긴 내용을 읽으면서 수없이 많은 느낌들이 오고 갔지만 이렇게 몇 자로 읽은 느낌을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웃기는 짓거리라고 안다. 그러나 한 마디도 기록해놓지 않으면 먼 훗날 아무런 느낌이 살아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 연결고리로 되지 않는 어줍짢은 글 나부랭이라도 남겨두려고 한다.
2014.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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