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정호승 시인

등경 2020. 12. 23. 03:01




정호승 시인

정호승 시인이 아침마당에 출연하다. 평소 KBS TV 아침 프로를 즐겨 보는데 그날은 아내가 채널을 돌려 다른 방송을 잠깐 보다가 아침마당으로 돌리는데 정호승 시인이 화면에 보이다.

전에 외운 기억이 있는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작자 자신이 낭송을 한다. 세 편의 시를 들려 주면서 시인 자신의 시의 세계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시는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속에 내재된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대담자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세 편은 수선화에게,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와 산산조각이다.

(수선화 에게)

올지마라
외로우니까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위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기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촉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였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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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2 정호승 시인이 아침마당에 출연한 내용을 다음 날 새벽 눈떠서 블르그에 옮기다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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