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청솔모에게 별미를

등경 2020. 5. 8. 08:01

 

 

 

 

 

 

청솔모에게 별미를

 

어제 아침 일어나니 식탁 위에 찐밤이 놓여 있다. 겨울도 아닌 오월에 밤은 특별한 것이다. 알고 보니 지난 가을 건지산에서 주어온 밤이다.그 밤을 냉장고에 깊숙히 들어 있던 밤을 냄비에 쪄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찐 밤을 청솔모나 다람쥐 먹으라고 산에 던져 주란다. 찐 밤을 가져다 먹어 보니 맛이 없다고 하지만 먹을만 하다. 좀 까먹고 산에 던져 주기로 맘먹다.

 

오늘 건지산을 가면서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길을 나서다. 거의 다 내려오면 밤나무가 많고 그 주위엔 청솔모가 산다. 자주 보는 청솔몬데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서 좀 들어가 밤나무 밑에다 뿌려 놓다. 처음엔 아무데나 던지려다 한곳에 모아 놓기로 하다. 가을이 아니라 밤 줍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하기에 이 밤은 청솔모가 먹을 것을 확신한다.

 

가을엔 밤나무나 상수리 나무가 수난을 당한다. 밤이나 도토리 열매를 맺으니까 사람들이 주워 가기를 경쟁한다. 떨어진 것만 주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무에 달린 밤 도토리를 따기 위해 돌로 나무를 친다.

 

나는 밤이나 도토리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밤이나 도토리를 보면 숲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많은 사람들이 도토리를 줍기에 어느 날 나도 덩달아 주었다. 그 밤 이다.

 

올해도 밤도 열리고 도토리도 열린다. 작년 늦가을에 작은 포스터가 나붙다. 밤이나 도토리는 동물들의 겨울 앙식이니 주어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반가왔다. 올해 일찍 건지산에 이 포스터가 나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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