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자의 응석
나를 보면 하비라고 부르던 작은 손자가
요즘은 가끔 애비라고 한다
하비에서 할아버지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데
애비라고 부르면 고개가 갸우뚱
지난 여름 지 또래가 걷는다고 했을 때
조바심이 났던 기억이
지금은 그 생각을 꾸짖기라도 한 듯
일어서서 걷고 잘 뛰어 다닌다 보란듯이
집에 들어서니 안아 달라고 반긴다
내려 놓으면 다시 안으라고 손을 벌리면서
무슨 음식이든 잘 먹던 손자가 할머니가 해다준 음식에서
다른 것은 빼고 호박 나물만 먹는다고
영어 동화 책을 가지고 와서 손짓한다 책 읽으라고
또 펜을 가지고 와서 뭔가 했더니 영어로 발음된다
말은 못해도 다 안다는 듯이
나를 가르쳐 준다
지난번 갈 때는 왜 가냐고 칭얼대더니
오늘은 쿨하다
안아 주고 책도 읽어주고 장난감 가지고 놀아 주니
고개 끄덕하고 잘 가라고 손짓한다
2020.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