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김밥
지난 주 손자와 헤어지면서
사랑하는 손자 무얼 먹고 싶어
김밥 유부초밥
김밥 먹고 싶어 단무지랑
소풍 가는 날도 아닌데
손자 만나러 가는 날
손자가 먹고 싶다는 김밥
말기 어려운 데 김밥 준비에
할머니의 마음은 부산하다
계란 부치고 오이 길게 썰고
손자 좋아하는 단무지 길게
소고기 볶아서
자리 깔아 모아놓고
김밥을 만다
고슬고슬한 밥에
참기름 바르고 깨 넣으니 구수운 냄새
김 도마 위에 올리고
참기름으로 버무린 밥
계란 부침 한줄 소고기 한줄
단무지 오이에 더 넣을 거 없나 두리번
밥풀 발라 꼬옥 꼬옥 힘주어
기름 바르고
할머니의 사랑 담아
만든 작은 꼬마김밥 일곱 줄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안 먹는다고 변덕 부리면
곤란할까 봐 다시
고기쫑쫑 오이 쫑쫑 단무지 쫑쫑 버섯 쫑쫑
무얼 하냐고 물으니 볶음밥 만든단다
손길이 바빠진다
하얀 은박지에 고이 싸서
먼길 달려 식탁에 펼쳐 놓는다
큰 손자 식탁 위에 올라 앉고
익은 깍두기 물에 씻어 곁들여 먹으며
맛있다 노래하니
김밥 축제
행복 만땅
2020.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