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사십대

등경 2020. 3. 10. 14:11

시감상~

 

시인 '고정희(1947~1991, 그녀가 사랑한 지리산 등반중 실족死)

 

사십代 (고정희 作)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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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에 기끔씩 들어오는 시를 이 코너에 올릴 예정이다. 좋은 시든 좀 맘에 들지 않든 나는 이런 시 하나 쓸 수 있나 싶어 어느 시든 실으려 한다.

 

2020. 3. 10

 

2)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 박노해

"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

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

 

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

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

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

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

 

 

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

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와지고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있는가

 

나의 행복은 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와지는 것

나의 불행은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 것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용기를 내라

손을 잡아라

노래를 불러라

용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길러내는 것이니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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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마다의 사랑 -정용철

 

저마다의 사랑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생선을 팔고,

누군가는 운전을 합니다.

 

저마다 자기 일을

나만이 할 수 있다는 듯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침이 오는 것은

그들이 가는 길을

밝히기 위함이고,

 

밤이 오는 것은

그들의 고단한 몸을

풀어 주기 위함입니다.

 

겨울이 조용히 지나가는 것은

그들의 뜨거움 때문이고,

 

봄이 오는 것은

그들의 꿈이 저마다의 꽃이 되어

하나하나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는 사람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꿈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의 꿈은 "사랑"입니다.

 

-정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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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월입니다 -조규옥

 

3월 입니다.

 

떠나려던 겨울이

며칠째 멈칫거리더니

그예 눈인지 비인지 모를

눈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 눈물속에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폭설속에 사라졌던 길들이 뚫리어

사람과 사람에게로 가는 길이 열리면

 

올 봄에는

부드러운 꽃향기 가득한

작은 꽃씨 하나 담겨있는

편지 한통쯤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그 꽃씨가

너무도 작고 초라하여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이름없는 들꽃씨라도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부터 보내오는

까만 꽃씨 하나 들어있는

그런 편지 한통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茶香 조규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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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또한 지나가리라 -이진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만나는 것들이 있어

나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이름들

그의 이름을

"행복"이라 이름 짓는다.

그의 이름을

"시련"이라 이름 짓는다.

 

나를 만나는

온갖 인연들 속에서

남겨지는 삶의 흔적들,

 

한 생명으로 태어나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귀한 행복이요

 

살아감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아픈 시련의 연속이라

 

순간,순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나를 스쳐 가는 시간의 얼굴들

그 얼굴들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담금질하며

내 영혼을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

 

모든 시간의 얼굴들은

잠시,내 곁을 스쳐 지나갈 뿐

영원한 "시련"도 없다.

영원한 "행복"도 없다.

 

"그 또한 지나가리라."

 

- 이 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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