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옛 기억을 더듬으며

등경 2020. 2. 27. 20:07

 

 

 

 

 

 

 

 

 

 

 

 

 

옛 기억을 더듬으며

 

주방에 형광등이 며칠전 펑하더니 불이 나가다. 오늘에서야 아는 지인이 출장을 와서 형광등을 교체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23년전 전세살던 집 얘기가 나오다.

 

코로나로 인해 이번주는 도서관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다 보니 저녁때 나가고 싶은 충동에 외출 차림으로 집을 나서다. 산책을 하려면 거의 백퍼셴트 건지산으로 향하나 이번에는 도심 속으로 가고 싶다.

 

더더욱 아내와 얘기 도중 옛날 살던 연립주택이 없어졌다 해서 확인하고 싶어 전에 다니던 길과는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리다.

 

이월말이다. 예년 같으면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겨울을 털어내고 뭔가 역동적인 모습이 여기 저기 나타난다. 학교는 입학식을 앞두고 모두 다 개학 준비에 분주하다. 그런데 올핸 코로나로 개학이 두주 연기되었다.단순히 연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간의 접촉으로 발병이 되기에 일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세상일이 올 스톱이다.

 

입춘 우수 다 지나서 날씨는 그리 춥지 않다. 걸을 만 하다. 이 곳은 차로 가끔 다니기도 하지만 걷기는 정말 오래간만이다. 사람들이 천변길을 삼사오오 그룹 지어 다니기도 한다.

 

추천대교를 건너 D초등학교 앞을 지나 옛날 살던 연립을 찾아 나서다. 아니 아내 말이 맞는 거 같다. 연립이 있던 자리라 생각하여 찾아 보니 그 건물은 없는 거 같다. 옛날 다녔던 교회 입구까지 가보다.

 

오다가 저 멀리 건물 하나 있는 거 같아 그쪽으로 가보니 26년전 익산에서 이리로 이사와 살던 바로 그 연립이다. 뒤 주차장에도 가보고 집 입구도 들어 가보고 옛 추억에 빠져들다. 익산에서 전주로 와 약 3년 살았다.

 

둘러 보고 돌아오다. 돌아 오는 길은 도로에서 천변길로 걸어오다. 천변 저녁 모습은 여유있고 한가롭다. 저녁이라 그런지 왜가리 오리 들이 저녁 식사 준비를 하러 나온 모양이다. 새들 나는 모습을 폰에 담고 싶어 들이 대면 금새 자취를 감춘다. 저 멀리 서산을 넘는 해가 지평선에 걸렸다.

 

요즘 자영업이 너무 어렵다 하는데 길을 걸어 오면서 얼핏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주인 혼자 가게를 지키는 모습도 눈에 띤다. 큰 음식점도 서너팀이다. 문득 호주머니를 만지니 있어야할 마스크가 없다. 여러번 썼는데 더 쓰지 말라고 잃어버린 것이다. 다른 주머니를 만지니 중요한 지갑은 있다.

 

돌아 오니 저녁식사때다. 이런저러 얘기하다 그곳에 살때 시촌 형이 다녀 간 적이 있다. 교통사고로 육년전 천국으로 떠나신 형이 생각난다.

 

이월, 가장 조용한 달이기도 하지만 뭔가를 부지런히 준비하는 바쁜 달인데 코로나로 모든 것이 담보 잡히고 갇힌 생활을 하는 요즘이다.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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