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눈 구경

등경 2020. 2. 17. 08:08

 

 

 

 

 

 

 

 

 

 

 

 

 

눈 구경

 

지금 이월 중순이고 내일 모레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다. 올 겨울은 흔한 눈 구경 한번 못했다. 지금은 봄을 기다리는 시기다. 어제 눈이 내려 바람에 휘몰아치는 눈을 잠깐 보다.

 

그러고서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하얀 눈이 온세상을 덮었다. 눈다운 눈을 구경하다. 새벽 예배 갔다가 나도 몰래 자연스레 중무장을 하고 건지산에 오르다.

 

눈이 오면 고등학교때 배운 김광균의 설야라는 시가 생각난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깁 저로 가슴이 매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눈이 오면 어린애나 나이드나 맘이 설레나 보다. 나도 들뜬 마음으로 산에 오르다. 오송지에 내린 눈은 바로 물에 녹지만 온 산과 길에 눈이 쌓이다.

 

산길 옆에 놓인 벤치 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다. 과수원 옆 대나무엔 바람이 부니 많이 흔들리면서 쌓인 눈들이 떨어지다.

 

원룸 옆에 주차한 차위에도 소복히 쌓이다. 오늘은 들르지도 않은 송북초 운동장에 들어서다. 이 학교 운동장도 하얀 눈이 덮다. 운동장 가운데 섰을 땐 눈보라가 몰아치다. 선명하게 보인 학교 건물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다.

 

학교 옆 사잇길을 걸어오는데 내 발자욱이 내린 눈에 바로 묻히다. 교회 소나무도 눈을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다.

 

그동안 살아 오면서 눈구경 못한 겨울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 눈 한번 내리지 않았기에 눈을 구경했을리 만무하다. 오늘 아침 많은 눈이 내려 오랜만에 눈구경 실컷 해본 아름다운 아침이다.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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