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바쁜 하루

등경 2020. 2. 7. 04:25

바쁜 하루

 

바쁜 날이었다. 퇴직하고 사는 삶이 무슨 바쁜 일이 있을까만은 딴에 바쁘게 보냈다고 내심 생각하고 싶다. 깊게 들여다 보면 바쁠 것도 없었다.

 

오늘도 아침 식사를 하고 도서관으로 향하다. 오늘은 특강도 없고 밤에 수요예배다 철야예배다 해서 교회갈 일도 없을 거 같아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돌아오리라 하고 맘먹고 가다.

 

자리에 앉고서 1시간쯤 공부했나 싶은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오다. 왠일일까 싶어 조바심에 받으니 오늘 대전을 가자고 한다. 한두마디에 바로 오케이하다.

 

아들이 대전 사는 데 지난 1월 이사를 하다. 며느리가 육아휴직을 하고 약 2년간 친정에서 살다가 큰손자가 유치원갈 나이도 되고 내년 복직도 해야 해서 다시 대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사를 했기에 한번쯤 가볼 필요도 있었고 며느리가 손자 둘을 키우다 보니 좀 버거워 한다.

 

아내가 대전에 전화를 해보고 대전을 가자고 한 것이다. 12시쯤 도착한다고 했다고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10시 반쯤 책들을 챙겨 도서관에서 나오다. 뭐 진중치 못한 사람이 있나 오해를 받기도 하겠다 생각하니 나오기가 좀 머쓱하다. 무슨 일이기에 조금 앉아 있더니 나간다고 할까봐 뒤꼭지가 부끄럽다.

 

집에 와서 아내와 함께 간단히 챙겨 길을 나서다. 그동안 아들 집이 괸저동에 있었기에 서대전 IC를 이용했으나 유성구로 가야해서 유성IC로 들어서다.

 

찾아가 보니 찾기가 쉬웠다. 월드컵 경기장을 돌아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니 며느리가 얘기한 열매 마을 아파트 단지다. 지하로 갔다가 집을 찾아가니 생각보다 훨 낫다. 이곳은 공무원들이 사는 임대아파트다. 남향에다 지난번 집보다 좀 넓고 포근하다. 좋은 것은 바로 앞이 초등학교가 있다.

 

우리 내외가 들어가니 손자 둘이 좋아라 한다. 둘째 손자는 나를 보며계속 머리를 끄덕인다. 방을 돌아 보고 점심 때가 되어 바로 나서다.

 

여긴 첨이라 이곳 사정을 모른다고 폰으로 여기저기 찾아 봐 두었던지 꽃마름 노은점이라 해서 티맵을 이용 해서 찾아가다.

 

처음 찾아 간 곳이 마음에 드는 것은 흔치 않은데 모든 것이 마음에 흡족하다. 샤브샤브에 여러 사이드 음식에 기분좋게 먹다.

 

다시 아파트로 가서 지하에 차를 대고 집으로 들어가려니 아내가 서들러 나온다며 내 소매를 끈다. 손자들이 자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번 더 보고 싶기도 했으나 전주로 향하다.

 

오다 벌곡휴게소를 들르다. 전주 대전간은 짧아서 휴게소를 들 르지 않는다. 휴게소에 이례적으로 들러 차도 한 잔 마시고 매점도 들르다. 음표 안마기는 수없이 많은 곳에서 사려고 안마기를 만졌으나 아내는 한사코 반대했다. 그건 손자가 들고 다니며 유리창을 깰 확률이 높디는 것이다.

 

나는 손바닥 지압용 호도를 사다. 5,000 원이라 두 개에 오천원인줄 알다. 내가 너무 물정을 잘 몰랐다. 아내가 내가 알아 듣기 쉽게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하나에 오천원이며 이건 하나 가지고도 커서 만지고 놀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니 아내 말이 옳다고 여기다.

 

나는 평소 아내 얘기는 나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만 생각하고 어깃장 놓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내는 나에게 잔 소리만 하는 사람으로 알았다. 힝상 이런 식이었다. 어쩌면 나는 청개구리과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진즉 내가 아내 말을 잘 들었으면 신상에 휠씬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니 4시 반이 넘다. 새벽 건지산을 못가서 건지산을 가기로 하다. 오후에 건지산 등산을 하는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다. 요근래는 도로 건너 편백숲을 가본 적어 없다.

 

오늘은 방향을 편백숲으로 정하고 나서다. 아주 천천히 많은 생각을 하면서 걸어보다. 약 두시간 만오천보 걸었다.

 

돌아와 다시 저녁후 도서관을 갈까 했으나 집에서 쉬기로 하다. 특별히 많은 성취가 있어 바쁜 건 아니었으나 왠지 마음만 부산했던 하루다.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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