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믿음 생활

즐거운 윷놀이와 새벽송

등경 2023. 12. 25. 16:52

즐거운 윷놀이와 새벽송

 

크리스마스 이브는 교회마다 나름 행사가 진행된다. 우리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일학교 행사인 마구간의 밤이 있고 곧 이어서 척사대회와 새벽송이 있다. 코로나 때 조금 주춤했는데 이젠 예전에 했던 대로 회복되어 올 해는 실시되다. 담임 목사님은 다른 교회가 시류에 흘러서 폐지한다고 해도 전통적으로 해오는 행사는 해보자고 하신다.

 

마구간의 밤은 주일학교 각 부서가 나름 한 두 순서를 맡아 워십과 찬양과 합창과 성극 등으로 아기 예수로 오신 주님을 찬양한다. 올 해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들의 열정으로 잘 준비해서 올린다. 영유아부서에서부터 중고등부까지 모두 참여한다. 전통은 무시못한다. 해마다 해오다 보니 전보다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기 자녀들의 재롱을 볼려고 학부모들이 많이 참석하여 본당 좌석이 꽉찬다. 믿지 않는 부모도 이때는 찾아와 자녀들을 응원한다.

 

오늘 주일 저녁 예배라 본당으로 갈려고 했으나 나는 오늘의 행사의 의미를 파악하고 일찍 나의 사역 장소인 방송실로 향하다. 마구간의 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다. 말미는 예수님 탄생 축하로 목사님이 케이크를 자르는 것으로 마무리하다.

 

바로 이어서 척사대회다. 지하 예배실로 가다. 행사 진행 집사들이 미리 와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도 약간의 설렘으로 척사 대회에 참여하다. 8조로 나누어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승부를 겨룬다.

 

아무래도 조장을 장로 등을 세우다 보니 누가누가 잘하나 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 줄을 선다. 인기 투표는 아니지만 약간 그런 성격이 묻어난다. 나는 3조 조장이다. 뒤를 돌아보니 그래도 몇 분이 줄서있다. 올해는 참여수가 적어 대개 조원들의 수가 예닐곱명 된다.

 

가위바위보로 먼저 겨루고자 하는 조를 고른다. 나는 4H 장로가 3조를 택한다. 좀 만만해 보였다 보다. 그러다 보니 다 붙어있는 조끼리 겨루게 되었다.

 

그래도 나를 믿는 권사 한 분은 해마다 내가 속해 있는 조를 택한다. 전에는 삼판이승제였다. 올해는 새벽송을 빨리 실시하자고 하여 단판으로 결정하자고 하였다. 첫 판을 시작하는데 상대방 팀에서 모와 윷이 터져 나온다. 곧 바로 말들이 다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래도 차분하게 진행하다. 시합의 승리는 모든 네 개의 말들이 나와야 이기기 때문에 나는 팀원들에게 차분하게 하도록 주문하다.

 

아닌게 아니라 상대방 말이 한참 가다가 두 개의 볶아진 말들이 우리에게 잡히다. 그리고 상대방은 말판을 좀 잘못 쓰기도 하다. 결국은 우리가 승리하다.

 

다음 시합은 승리를 다툰 팀이 다시 한 팀이 되어 다른 팀에 도전한다. 두 번째 게임이다. 상대방이 먼저 윷을 놀라고 양보를 하다. 그러고서 내가 윷을 놀다. ‘로 해서 로 가다. 결국 이 게임은 이기게 되다. 첫번 일로 내게 걸 그룹이라고 닉네임을 붙이는 권사가 있다.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도 내가 말을 비교적 잘 써서 상대팀을 물리치고 3조는 2승을 하다.

마지막 결승이다. 이 팀들은 우리보다 늦게 게임을 끝내다. Y 집사님이 말을 쓴다. 엎치락 뒤치락하여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 오른 팀이다. 긴장이 되다. 게임을 시작하려니 어떤 권사님이 말을 쓴다고 나서다. 보고 있던 다른 권사님이 내가 말을 잘 쓴다고 적극 추천하니 꼬리를 내리고 자기 자리로 가다. 이번에는 P선교사님 부부가 윷을 몇 번 하여 수월스럽게 이기다. 또 이번에도 말을 잘 써서 이긴 측면도 있다. 진행을 맡고 있던 집사 두 분이 나에게 엄치척한다. 내가 말을 짤 쓴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기분이 나쁘진 않다.

 

결국 우리 조는 3승으로 1등을 하다. 티슈 네 박스를 받고 또 한 박스를 받아 다섯 개다. 오늘 척사대회에 참여한 성도가 적어 남는 화장지를 더 배분한다. 그래도 우리 팀을 부러워 한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지만 기분 문제라 그런지 상당히 경쟁심이 깔려 있어 이기려 한다. 나도 우리 팀원이 화장지를 많이 받으니 기분이 좋다. 집에 화장지를 갖다 두고 교회 식당으로 가서 콩나물국밥을 먹다.

 

그러고 나니 11시가 넘다. 본당으로 가다. 새벽송이 기다리고 있다. 목사님이 새벽송의 의미를 설명하고 109장 고요한밤 115장 기쁘다 구주오셨네를 연습하고 교회를 나서다.

 

우리 팀엔 청년 세 명이 참여하다. 11시 반 새벽송을 나서다. 우리 구역 권사의 아들과 여자 친구들이다. 대학 2학년생이다. 한 집을 가니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찬송을 하고 축복을 선포하고 나오다. 두 번째 들르다. 일찍 라면을 걸어 놓고 나오질 않는다. 마찬가지고 찬송을 하고 메리크리스마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하고 나오다.

 

눈이 기분 좋게 내린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눈이 낮에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이룬데다 밤에 펑평 눈은 아니지만 눈발이 느린 속도로 우리들의 어깨 위에 내려 앉는다. 젊은이들이라면 감성을 자극하여 크리스마스 이브를 충분히 즐기고 싶어할 정감어린 크리스마스 이브다.

 

다음 집을 가다. 고요한 밤 하니 집사님이 나와 라면 여러 봉지와 식혜를 주다. 청년들에 면목이 서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가지고 오다. 더 방문할 구역 식구가 더 있으나 마무리하고 돌아오다. 집에 오니 12시 반 정도다. TV채녈을 돌려보다 1시 반 잠들다. 새벽송이 있어서 새벽예배가 없다 보니 나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 자리를 청하다.

 

오늘 이루워진 일은 아주 사소하게 보이더라도 기록하여 남겨두고 싶다. 우리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 쉽게 잊어버린다. 척사대회에서 우승을 해서가 아니다. 오랜만에 코로나로 제한된 교회 행사가 회복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고 주님 오신 성탄을 조금 만끽한 기분이 들어 작은 기쁨의 마음을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한 취지다.

 

2023. 12. 24 크리스마스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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