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금요일 수업은 춘추좌전이다. 그동안 잠잠한 한옥마을이 오늘은 사람들로 좀 북적인다. 코로나로 근 2년간 관광지 답지 못했는데 어디든 어쩔 수 없었으리라.
이제 단계적 회복이라 하여 조금씩 빗장이 잠긴 사회적 거리가 조금씩 풀려간다.
오늘 배운 춘추는 처음엔 문장 차체가 익지 않았으나 요즘은 좀 다르다. 한 과목 배운다면 더 열심히 했을거다. 일주일에 네 과목을 배우다 보니 그동안 무얼 공부해야할지 허둥댔다.
그러길 삼년째 한다. 얼마 남지 않는거 같아 감회가 새롭다. 수업을 마치고 교육원을 나서다. 수업은 오후 여섯시 반에 시작해서 아홉시에 끝난다. 초저녁때보단 헌저히 줄은 사람들 사이로 헤쳐가다 문득 경기전 정문을 지나가다 하늘로 고개를 들다.
밤하늘 별은 안보이고 노란 은행밒들이 가로등에 반사되어 아름답다. 순간 이 모습도 이렇게 공부하고 다니니까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다.
그런데 이젠 이런 구경도 마음껏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름다운 이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
남은 기간은 한달이다. 정년하고 오로지 한문에 매달렸다. 더 희미해져 가는 한문에 왜 이렇게 목을 메고 다니는지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지만 시작때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한길로 직진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삼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가방을 메고 부지런히 한옥마을을 다녔다. 교육원이 한옥마을에 있기에 현직에 있을 때 출퇴근하는 것처럼 다녔다.
늦가을이다. 경기전 앞 은행나무 단풍이 아름답다. 가로등 빛에 더 물든 단풍나무들은 더 아름답다. 늦가을 한밤의 아름다운 정취가 추억을 끝없이 소환해 낸다.
20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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