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가방

등경 2021. 2. 14. 03:03



가방

사람에게는 손때 묻은 애장품 하나 둘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가방이 그런 존재다. 나에게는 앙증맞은 가방 하나가 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사용했다고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이십년 가까이 쓴 서류 가방이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매일 그 가방을 들고 출근을 하다. 책 한권이라도 넣어 출근해야 마음이 위안을 얻다. 그 가방으로 성경책과 찬송가와 큰 노트 또 필기구를 많이 넣어 정성으로 주일 예배와 매일 다니는 새벽 기도회에 가지고 다니다.

그런데 육개월 전 사모님이 가방 하나를 선사한단다. 그동안은 내가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방이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듣다. 선사 받을 가방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정중히 사양을 하다.

설연휴 마지막 날이고 토요일이다. 점심을 먹고 아내와 딸이 백화점을 가자고 한다. 백화점을 가는 이유는 어렴풋이 알긴 하다. 내가 십년 가량 입은 겨울 옷도 목 주위의 털이 해어져 나는 괜찮다고 했으나 겨울 옷도 보고 겸사겸사다.

롯데 백화점으로 가다. 생각과 달리 주차하기가 힘들다. 별관에 차를 대는데 비교적 수월스레 주차할 곳을 찾았는데 없어 6층까지 올라가 겨우 남은 한칸 보고 파킹하다. 본 건물에 들어 서니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느라 북적대다.

내 옷을 본다고 돌아다녔지만 이제 봄이 왔기에 봄 옷 등 신상이 진열되어 겨울 옷은 거의 들어가 찾기 어렵다. 옷이 그렇다고 가방을 보러 돌아 다니다. 사 개월 전 가방을 보러 이곳엘 오다. 1층에 맘에 드는 가방이 있었다. 가보니 그 매장은 없고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소릴 듣다.

3층에 신발과 가방코너가 있어 그 매장에도 가방이 있었다. 오늘은 처음 그 곳을 들렀는데 다시 가서 어렵사리 그 가방을 사기로 마음 먹다. 디자인이나 가격 면에서 그 가방이 맘에 들어 사다. 나에게는 구매 조건이 좀 까다로워 가방이 너무 크면 안되고 책 등을 담을 가방이어야 한다. 그 가방이 어느 정도 조건을 충족해서 기분 좋게 구입하다.

딸 생일이 내일이다. 아내도 살 물건이 있지만 내 것 사는 데신경쓰다가 내것만 사고 일단 이동하기로 하다. 송천동 옷매장엘 가다. 그곳에서도 내 옷만 두 벌 사다. 내 욕심만 차려서 미안하다. 아내 옷 산다고 와서 내 옷만 번번히 사는 세월이 수십 년이다.

돌아오는 길에 베이커리에 들르다. 케익을 사기 위해서다. 케익을 안산다는 것을 내가 우겨 사다. 딸 생일 축하를 위해 맛있는 케익과 치킨을 놓고 생일 노래를 부르고 행복하게 나눠 먹다.

오년전 독일에 사는 누나가 가방을 사주었는데 그 가방은 너무 크다. 그 가방은 책장 속에 고히 모셔두고 있다. 사십년전 누나가 사준 독일제 가죽 가방은 이 가방을 쓰기전 그 가방도 이십년 가까이 쓰다. 이번에 산 가방도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면서 잘 사용하련다.

20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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