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김현승 시집 <김현승시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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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11. 8
어느 블로그에서퍼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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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한 선생님이 권하던 시는 "플라타너스"였다.
광주의 조선대학교는 올림픽스타디움 넒이의 종합운동장이 있었는데
그 주위에는 이 시제목처럼 '플라타너스"가 울창했었다.
봄에는 새로운 시작을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가을의 정취인 커다란 낙엽을
그리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였지만
사계절의 흐름을 그 어떤 나무보다도 더 진하게 느끼게 해준 나무다.
아마 그당시 웬만한 도로 대부분의 가로수는 이 '플라타너스'였으니
어느 새 제법 풍족해졌을 때 쯤에
가을에 도로를 어지럽히고 보기 흉하다고 베어내기 시작했지만 ...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문득 이시가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것은 다 잊었어도 "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로 시작하는 대목은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다시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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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내용이다. 플라타너스는 한국인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친숙한 나무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A4 용지에 칼라로 인쇄된 두 편의 시와 멋진 그림을 교감선생님이 내민다. 좋은 시라 추천하여 인터넷 검색하여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이런 글도 있다. 가져와 옮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