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도토리 던지기

등경 2019. 9. 23. 08:00

 

 

 

 

 

도토리 던지기

 

태풍이 지나가니 작은 이익을 탐하는 무리가 있다. 오송지를 지나 건지산 서편 오르막을 오르니 몇몇 사람들이 태풍에 떨어진 밤송이를 까거나 줍고 있다.

 

그러려니 하고 정상을 지나 내리막으로 내려오니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도토리를 주워 던지기 시작하다. 작년에도 그랬다. 도토리나 밤은 다람쥐나 정솔모의 먹이라 생각해서 사람들이 주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멀리 던지다. 사람에게 양식이 있듯 미물인 이 동물들도 먹이가 필요하다.

 

수십번 던지다.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는 것도 보기 드물다. 도토리도 던지고 밤도 던지다. 던져도 사람들이 길가 벗어나 깊숙히 가서 다시 찾아 가져갈 것으로 안다. 그래도 숲안으로 던져 넣다.

 

아닌게 아니라 사람들이 벌써 옆에서 숲속을 헤집으면서 도토리나 밤을 줍고 있다. 뭐라 하겠는가. 나는 사람들이 깨달아 서로 안줍는 풍토가 생겨 안주었으면 한다. 그냥 줍는 것은 양반이다. 없으면 돌로 나무를 친다.

 

그렇다고 내가 고매한 휴머니스트는 아니다. 도토리 던지는 일로 약 삼십분을 지체하고 내려오다. 일찍 나와 한바탕 줍고 간 사람들도 있으리라.

 

다람쥐나 청솔모가 이 시기 과로를 하더라도 부지런히 도토리 등을 줍는 일을 하길 기대한다. 이젠 산에 가도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다. 개체 수가 현격히 줄었다. 인쥐가 다람쥐들을 몰아내서 그럴 것이다.

 

다람쥐 청솔모가 편히 사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2019. 9. 23

 

ㅡㅡㅡㅡㅡ

 

2019. 9.24

 

오늘도 어김없이 건지산을 오르다. 어제 보단 적지만 도토리도 보이고 밤도 보인다. 또 나무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어떤 여자가 비닐 푸대를 들고 나타나다. 뒤에서 따라 오는 사람이 여자에게 말을 건다. 나도 지나가면서 이게 다람쥐 청솔모 먹이라고 했더니 다람쥐 먹을 거 실컷 있다 한다.

 

내려 오다 밤 세개는 주워서 가지고오다. 집에서 생밤을 까먹다. 나도 인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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