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출
오늘 아내가 제주도 여행을 가다. 2박 3일간 일정이다. 참 세월 빠르다. 몇 달전 친구들과 제주도를 간다는 말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D-day가 오늘이다. 그 뒤 세월이 지나 오늘 아내가 7시반 경 집을 나서다.
모임에서 제주도 여행을 추진했다. 교회에서 아는 권사들끼리 ‘뽑기 계’라 하여 모임을 해온지 십오년 한 것으로 안다. 이 모임은 교회 권사님들이 좀 멀리 떨어진 요양원에 가서 마지막 주 월요일 오후 이미용 봉사를 간다. 갔다 와서 친목을 도모하며 저녁엔 간단히 저녁을 먹는 것으로 안다. 그런 팀이다.
아내는 변변한 여행을 하지 않았다. 여행을 가라고 해도 여행 가기 싫다고 여행에 적극적이질 않았다. 실제로도 건강도 좋칠 않아서 비행기 타는 것이며 밖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알뜰하게 살림을 해온 아내로서는 여행에 드는 경비를 계산하지 아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적게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어디 간다면 적극 후원한다. 작년 캐나다를 같은 교회 장로님과 갔을 때도 내가 망설이니까 적극 가도록 권했다. 지금도 나보고는 어디든 가라고 한다.
아내는 국내 여행은 괜찮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1박2일 이든 2박3일 이든 여건에 맞게 다니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육아에 큰 어려움을 우리에게 호소한다. 아직 손자는 한 명이지만 곧 둘째 손자가 태어나는 데 많이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아들이 당분간 멀리 떨어져야 하기에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도움이 손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음력으로 생일을 찾기에 음력으로는 오늘이다. 내 생일 나간다니까 조금은 거리낌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난 단호하게 생일이 무슨 대수냐고 했다. 마음 편하게 먹고 가라 했다. 저녁 8시경 오늘 하루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숙소에 들어갔노라고 전화가 왔다.
어제 저녁은 아는 권사님 남편은 여행간다니까 남편이 아들이 얼마를 자랑을 했다는 말을 한다. 속으로 미리 편지를 쓰고 그동안 아내로 받은 용돈을 모아서 작은 돈을 봉투에 넣어 두었었다. 아침 나설 때 봉투를 내밀었다. 만일 준비를 안했더라면 큰일 날뻔했구나 했다. 그렇다고 아내가 바라지도 않고 내 처지를 알기에 생각지도 않는다. 이건 내 생각일 수 있다.
2박3일 편안하게 잘 다녀오길 바란다. 때가 되면 아내와 같이 성지순례도 가고 세계여행도 가고 싶다. 여행은 건강이 허락해야 하니까 되도록이면 젊어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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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아내에게 건넨 봉투의 편지 내용이다.
여보!
오랜만에 불러 보오.
우리 가정이 이만큼 평안하고 무탈하고 안정된 것은
다 당신 노력이고 덕이고 공이오.
당신이 중심을 잘 잡아주어서
오늘날까지 별일 없이 지내왔소.
당신이 무슨 말을 하면 어깃장 부리면서
나는 애써 당신 공을 깎아 내리려했지만,
우리 식구 다 당신 희생이고 헌신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소.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았소.
당신은 나보고는 세상 어디든 가보라 했지만
난 변변한 여행 한번 시켜준 적 없소.
이번 여행도 내 손으로 보내주는 것도 아님을 알고 있소.
끼니 걱정 손자 걱정 다 떨쳐버리고 즐겁게 잘 다녀오소.
여기 한 장 한 장 손때 묻은 돈 열장이오.
오만원권 두 장이 아닌 것은 어찌 어찌 모아진 것이었소.
적은 돈이지만 전망 좋은 찻집에서
권사님들과 즐거운 담소도 나누고 좋은 시간 되길 비오.
제주 좋은 섬 멋진 경관 구경하면서 즐거운 여행되길 비오.
잘 다녀오소.
2018. 2. 26
못난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