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한줄 일기

에어건

등경 2018. 2. 8. 16:58

 

오늘은 날씨가 풀어진 듯 하다. 너무 추웠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삼한사온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지켜졌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삼한사온은 지리 교과서에서 나오는 말이 된 듯 했다. 그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삼한사온이라 하면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하다 라고 대충 안다. 요즘은 십한(十寒) 이온(二溫)이라 할까 무슨 이온 음료수가 아니라 열흘 춥고 이삼일 따뜻할 정도다.


테니스를 좋아해서 그동안 겨울이라 하더라도 날씨 막론하고 그동안 수많은 세월을 사시사철 덕진체련공원에 나가서 테니스를 했다. 올 겨울은 나가기가 싫었다. 아내가 깜짝 놀랄 정도다. 왜냐하면 아내의 바가지(?)도 아랑곳 않고 그동안 줄곧 나갔다. 그런데 지난 시월 말부터 지금까지 체련공원에 나간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운동을 강도있게 하다가 하지 않으니 운동을 안 하는 것같아서 운동을 하고 싶었다. 집에 있으면 컴퓨터 앞에 앉을 것 같아 박차고 나가다.


어제 우연히 스마트폰 교육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 노인복지관에 가보면 입만 살아서 떠들기만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을 단지밥솥 같다고 한다. 그저 앉아서 이야기나 하고 운동하기도 싫어 하고 이야기를 하도 보니 건설적인 이야기보다는 남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데서 그런 비유를 쓴 거 같다. 나도 저런 단지밥솥 같은 존재는 되지 않으리라. 요즘 운동하면 아침이라면 계단 오르기와 학교 운동장 돌기지만 오후는 건지산을 일주일 두 번 정도 두 시간 정도 걷는 것이 정형화되었다. 운동은 처음에는 좀 싫지만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요즘은  날씨가 건조해서 편백 숲을 걷는 데 푸석푸석해서 먼지가 많이 난다. 등산화는 물론 바지 아래가 뿌였다. 손으로 뿌연 먼지 털어봐야 제대로 털리지가 않고 손만 아프다. 그런데 쉽게 먼지를 털 수 있는 것이 있어 기분이 좋다. 한바퀴 거의 다 돌쯤 오송지 아래에 흙먼지털이기가 있다. 처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는데 어느 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관심믈 갖게 되었다.


흙먼지 털이기라고 되어 있고 아래에 '에어건을 소중히 사용해주시고 꼭 제자리에 두세요.' 라고 쓰여 있다. 그래서 흙먼지 털이기 아니면 에어건이라고 부르면 될 성 싶다. 간혹 쓰기는 했지만  요즘 흙먼지 털이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장백사 쪽으로 가다보면 그 곳에도 있다. 올라갈 때는 그 쪽으로 가지 않다 보니 돌아오면서 오송지 아래에 설치된 에어건을 사용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살기 좋아지면서 이런 편익 시설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요즘 어디를 가도 이게 있다.


좀 오래 쓰고 싶어도 뒤에서 기다리면 미안해서도 빨리 쓰고 나서는데  뿌연 등산화와 옷을 털고 보면 비교가 될 정도로 달라져 보인다. 그리고 마음도 시원하다. 이렇게 에어건(air gun)처럼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수 있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또한 별거 없는 거 같지만 언제나 제자리에서 사람들이 쉽게 쓸수 있는 에어건 같은 존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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