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전에는 3학년 비전발표대회가 있었다. 오늘은 2학년 차례다. 지난번 대회를 가져보니 플래카드를 거는 게 좋겠다고 하여 강당 연단 중앙 에 멋지게 걸다. 3학년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기에 별 걱정은 안했다. 허나 학생들이 강당에 모이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학년이 2학년인 만큼 각오는 했다. 2학년을 맡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집중력이 좀 결여되어 수업 시간을 방해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2학년 부장의 개회 선언으로 대회는 진행되었다.대회를 몇 차례 거듭하고 보니 이젠 신념이 생긴다. 요즘 학생들은 꿈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어서 자기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분위기를 가져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걸 깨닫다, 절차도 교장의 인사말에 이어 연사들의 비전발표 그리고 교감선생님의 총평으로 마무리를 한다.
첫 연사는 작년 1학년 때 발표를 한 학생인데 작년엔 신선하게 들린 것도 내용도 짧고 표현력도 좀 부족한 거 같다. 세번째 등단한 이동* 학생은 아버지를 닮고 싶고 경영인인 아버지의 직업을 가져서 그 꿈을 이루겠노라고 한다. 전반부 네 명이 학생들의 발표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인지 금새 청중석은 여기 저기서 장난을 치고 시끄럽다.
서예* 학생은 음악치료사를 꿈꾼다. 음악치료사가 어떤 직업이라는 걸 알려주고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이지 않지만 되겠다는 의지는 충만하다. 남기* 학생은 소설가를 꿈꾼다. 왜 소설가를 꿈꾸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그 길을 위해 앞으로의 청사진이 명확하다. 2-2 손유* 학생은 언어치료사를 꿈꾸는 학생인데 오빠가 발달언어장애 2급이어서 그 길을 가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순간 울컥해서인지 말을 못잇는다. 그저 항상 명랑한 학생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가정적인 어려움이 있는데도 당당하게 밝히는 게 신세대임이 분명하다.
몇 가지 생각이 스친다. 먼저 꿈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는 학생들이 나누어져 있음을 안다. 발표하는 학생들은 각 반을 대표해서 나오는 학생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인생설계가 분명하다. 청중석에 앉아 있는 학생 중 장난을 치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물어보면 꿈이 없다고 하고 모른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직업을 탐색해서 진로를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또 하나는 한 학생이 드림레터 얘기를 한다. 드림 레터는 교육부에서 작년부터 발간하는 진로 편지로 학부모들의 진로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매주 발간하여 보내오면 가정통신문으로 학생 편에 보낸다. 너무 많은 가정통신문이라 받자마자 종이비행기 만들어 날리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줄 알고는 있다. 그러나 게중에는 이렇게 아주 꼼꼼히 읽은 학생들도 있고 가정의 부모님도 보는 분도 있으리라 본다. 매주 배달되는 편지인데 아주 내용이 좋아서 학부모 총회나 학부모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학부모님들에 꼭 보라고 권한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탑재를 한다.
진로는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학부모가 학생의 나침판이자 등대이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경영인의 꿈을 꾸는 학생이나 오빠의 발달 장애로 언어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는 학생들을 보면 가족의 영향력이 지대함을 느낀다.
오늘 발표를 한 학생이든 강당에서 제대로 듣지 않고 장난친 학생이건 간에 비전발표대회가 있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꿈은 꾸어지고 여물어지길 빈다. 콩나물에 물을 주듯이 매일 콩시루의 콩에 물을 주면서 자라는 거 같지 않지만 세월이 지나보면 콩나물이 한
껏 자라듯이 말이다. 우리 학생들이 나는 이런 꿈이 있노라고 외치는 때가 있음을 기대하면서......
201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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