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장수계북중

가을 운동장의 모습

등경 2013. 6. 3. 11:23

가을 운동장의 모습

오늘은 모처럼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며칠 전 씨름장을 만든다고 기초작업을 하였다고 해서 확인도 할 겸 나갔습니다. 이미 우리 학생들이 운동장을 점령하여 공을 차고 있습니다. 여섯명씩 팀을 나누어 공을 찹니다. 몇 명 되지 않기에 점령이라는 단어는 어색하지만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길 바랐습니다. 운동장엔 잠자리들도 여유롭게 쌍쌍이 날면서 낮게 떴다 높게 날았다 합니다. 운동장가에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가 노랗게 빨갛게 물이 들어가고 있어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날을 만끽해봅니다.

운동장가에 터를 닦아 놓은 씨름장을 돌아 나오는 순간 1학년 손명준군이 한 골을 넣습니다. 3 ․ 4교시에 1학년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이 있었습니다. 커리어 코치와 함께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도서실에서 교육이 있었는데 그 때 들어가 보니 손명준과 손태준이 나란히 앉아 있어 두 쌍둥이 학생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가까이 가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축구 선수라 하더군요. 축구 선수를 하기에는 그렇게 좋은 체격도 아닌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나를 보란 듯이 내 앞에서 한 골을 넣어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교육이 끝나 담당이신 김보라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무척 공차는 것을 좋아 한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직업도 갖게 되는 데 우리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않아서 진로교육이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지난 주엔 진로교육 ‘정책이해과정’이라 하여 교육과학기술연수원에 가서 1주일 연수를 받고 왔습니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진로교육이야말로 우리 학생들의 미래와 행복을 여는 교육임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깨닫고 왔습니다.

운동장 밖으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작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입니다. 학생들이 공도 차지 않았고 방송시설도 갖추어지지 않아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방송도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이동대 선생님이 많이 노력하셔서 방송반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1학년 신형옥군이 신청한 윤민수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끝 곡으로 좋은 주말 되시라는 방송반 최금자의 멘트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어느 지방 일간지에 전북지역 학교 통폐합 관련 소식이 나오더군요. 전북 지역의 통폐합 학교가 전국의 3분이 1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2개교가 통폐합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앞으로도 진행이 되고 있고요. 우리 계북중도 예외가 아니기에 늘 통폐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듭니다. 농촌이 살아나는 교육 현실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경제논리만 내세워 통폐합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이곳 계북중에 근무하면서 늘 속으로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그게 단지 힘없는 자의 항변이 아니길 바랍니다. 농촌학교 힘내는 한 주 되길 바랍니다.

시월 이레 남덕유산이 보이는 곳에서